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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Oct 05. 2015

하늘이 내게 준 운명을 찾아서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5년 3월,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

김진태 검찰총장은 간부들에게 한 의 시를 나누어주었다.


소동파가 마흔 여섯에 얻은 늦둥이 아들을 씻기며 장난삼아 지었다는   한시, '세아희작 (洗兒戱作)'이었다.


"사람들은 다 자식이 총명하길 바라지만

 이 몸은 총명으로 일생을 그르쳤으니

 오로지 이 아이가 어리석고 미련하여

 탈없이 무난하게 잘 살기만을 바란다."


소동파는 20대때 송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장원급제하여 승승장구했지만 당파싸움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귀양지를 전전했다.


그 뒤늦은 깨달음- 자신의 재능을 내세워 세상의 칼바람 앞에 서는 것보다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늦둥이 아들의 미래에 대한 소망과 세상에 인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을 돌아보며 지은 것이다.


이 시를 검찰총장이 나누어 준것은 좋은 자리에 대한 경쟁과 청탁으로 한바탕  인사회오리가 지나간  뒤에 나누어 준 것이다.

 그러면서 김총장은 한마디했다.

   "자리가 사람을 빛내는 게 아니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빛나게 된다”


"덜 뛰어나도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좋다"는 것은 검찰총장 자신의 삶이자  소신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을 지은 김시습은 3살때 한시를 지을 정도로 대단한  천재였다.


시습(時習)이라는 이름은  <논어>의 첫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면 때로 즐겁지 아니한가)'에 지은 것이다.


김시습이 세살 때 하녀가 맷돌을 가는 걸 보고  지었다는 시다.  


비는 아니 오는데 천둥소리 어디서 나는가  
  無雨雷聲何處動
누런 구름 조각조각 사방으로 흩어지네       
  黃雲片片四方分


김시습은 흔히 5세(五歲) 신동으로 불린다.
천재라는 소문이 나 5살 때 대궐로 불려가

임금(세종대왕) 앞에서 시를 지었기 때문이다.


"훗날 크게 쓸 터이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세종의 말대로 김시습은 삼각산 절에서 열심히 공부하던중 ,스물한살에 세조의 난이 일어나고 단종이 왕위를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김시습은  문을 닫고 사흘동안 문밖을 나오지 않고 통곡했다.


이윽고 방을 뛰쳐나와서는  공부하던 책을 모두 불사른다.


단종을 다시 세우려던 성삼문 등 사육신이 능지처참되자 죽음을 각오하고 몸종 한명과 함께  

한밤중에 그 시신을 수습하여 노량진에 오늘날 사육신묘소로 불리는 그 무덤을  

만든 기개있는 인물이 김시습이다.


길을 가는 정승 정창손을 보고 '권력의 개'라고 면전에서 꾸짖기도 했고 하루종일 술을 마시며 수백편의 시를 안주삼아 짓다가 통곡하며 개울물에 지었던 시를 띄운 비운의 천재가 그였다.


김시습은 50세가 넘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시를 지었다.   


少小趨金殿        아주 어릴 때 황금궁궐에 나갔더니  

英陵賜錦袍        영릉(英陵;세종)께서 비단 도포를 내리셨다   

知申呼上膝        지신사(知申使;승지)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中使勸揮毫        중사(中使;환관)는 붓을 휘두르라고 권하였지    

競道眞英物        참 영물이라고 다투어 말하고  

爭瞻出鳳毛        봉황이 났다고 다투어 보았건만   

焉知家事替        어찌 알았으랴 집안 일이 결딴이 나서  

零落老蓬蒿        쑥대머리처럼 영락할 줄이야      


그는 자신을 부르던  '오세(五歲)'를 "더러운 세상"이라는 뜻의 '오세(汚世)'로 고쳤다.


때를 만나지 못하면 그 재능도 이처럼 물거품이 되고 만다.



소동파와 김시습같은 재능있는 인물도 어렵게 세상을 살았다.


세상을 사는 것은 무엇이고, 인생은 무엇인가.

두사람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다.


누구나 사는 것은 어렵다.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나 인문학을 하면 90%가 논다는 '인구론'을 넘어 요즘은

'지옥같은 나라'라는 '헬조선'이 넘쳐나고 있다.


그들에게는 현재가 지옥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1900번 이상의 외침과 내란이 있었다.

태평성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만큼 적었던 것이다. 가깝게 보면 일제시대, 6.25,4.19, 5.16, 5.18,IMF 등 그렇게 만만한 세월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시대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흐린 세상이라는 '탁세'라는 말이 나왔고, 오직 혼돈 뿐이라는 '혼세', 어지러운 세상이라는 '난세'라는 말이  나왔다.     


다른 사람은 금수저, 은수저를 갖고 나왔는데

나만  흙수저나 심지어 똥수저를 갖고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젊어서는 봄꽃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봄꽃을 보면 저 여린 꽃이  차운 겨울의 고독과 외로움, 그 추위를

혼자서 이겨내고 피어난 그 대견함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지식은 사람을 아는 것이고

그 보다 더 큰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하늘이 내게 준 나만의 길, 
 "내게 주어진 그 길" 찾아야 한다.


내가 서야할 자리,

가야할 길을 갈 때 사람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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