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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Jan 04. 2016

향 싼 종이에선 향내 나고…

우리가  만나는 네 명의 친구-


친구는 무엇일까요?


‘우정에 관하여’라는 글을 쓴 키케로는

“친구는 또 하나의 나”라는 말을 했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사귄다는 말처럼 키케로가 본 것이 '친구의 본질'입니다.  



조송, '내  슬픔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2009




오늘은 불경에서 말하는 '친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 자신과 친구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요.


불가에서는 친구는 네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꽃과 같은 친구.

꽃이 피어서 아름다울 때는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듯이

자기가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는

바로 꽃과 같은 친구입니다.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이나 저쪽으로 기웁니다.

이처럼 나에게 이익이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친구가

바로 저울과 같은 친구입니다.


셋째, 산과 같은 친구.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 보거나 가까이 보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줍니다.

이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가

바로 산과 같은 친구입니다.


넷째, 땅과 같은 친구.

땅은 모든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기쁘게 베풀어 줍니다.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

바로 땅과 같은 친구입니다.


조송,   '우리도 뭐 그닥 알고싶지 않다'  2009



나는 어떤 친구를 가졌나요?

그 친구에게 또 나는 어떤 친구가 되어주었을까요?


하루는 석가가 제자 한 명에게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을 잡게 하고, 한 명은 향 싼 주머니를 잡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끼줄과 주머니를 버리고 그 손의 냄새를 맡게 했더니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을 집었던 손에서는 생선 냄새가, 향 주머니를 집었던 손에서는 향내가 났습니다.


“향 싼 주머니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은 새끼줄에선 비린내가 나듯 친구도 이와 같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면 언젠가는 그렇게 나쁜 인간이 되고, 좋은 친구와 어울리면 친구의 감화를 받아 선인이 된다. ”


당신은 네 명의 친구 중 어떤 친구를 갖고 있습니까?


참다운 친구, 진실한 사람은 어려울 때 알게 됩니다.

어려우면 꽃 같은 친구와 저울 같은 친구는 떠나가기 마련입니다.

산 같은 친구, 땅 같은 친구만 남는 것이죠.

   

인디언 부족의 말에,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나는 그런 친구를 가졌는가’,  그리고 친구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가’라는 생각이죠.


좋은 친구를 찾기 전에 나는 그런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는가, 그런 좋은 친구로 그렇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영혼의 그림자’처럼 가까운 친구-

나 또한 그런 친구로 사는 게  삶에 의미를 주는 게 아닐까요?              




추신:

  

'꽃들에게 내 슬픔을 알리고 싶지 않아'의

원제는 '침묵(Silencio)'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내 뜰에는 꽃들이 잠들어 있네

글라디올리스와 장미와 흰 백합

그리고 깊은 슬픔에 잠긴 내 영혼

난 꽃들에게 내 아픔을 숨기고 싶어


인생의 괴로움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고통을, 삶이 내게 준

슬픔을 알면 꽃들도 울테니까


깨우지마라 모두 잠들었네

글라디올리스와 흰 백합

내 슬픔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내 눈물을 보면 죽어버릴 테니까


                         -부에냐비스타 소셜클럽 중에서


 


이 가사에서   조송 화가가 영감을 받아,  

'내 슬픔을 알리고 싶지 않아',

'내 슬픔을 생선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내 슬픔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내 슬픔을 새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에 이어,


'우리도 뭐 그닥 알고 싶지않다'를 2009년 연작으로 완성했습니다.


필자가 인용한 그림은 이 중 두 작품,  

'내 슬픔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와

'우리도 뭐 그닥 알고 싶지않다'입니다.


꽃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내 슬픔-

그것이 인생이요, 삶이라는 걸 언제 알게 될까요?

 

나도 이 사실을 꽃들에게 알리고 않아,

당신에게만 알려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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