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주식투자를 좋아합니다.
처음 귀동냥으로 시작했던 금융주 투자에서 뜻하지 않게 한달만에 100%이상의 수익을 맛본 이후로 그는 이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허나 과거 미수거래를 통한 깡통계좌도 경험한 만큼,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주식투자는 현재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주식투자를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주식의 ‘ㅈ’도 모르면서 주식은 위험하다고만 말하는 주변사람들이 한심하기만 합니다.
미수거래때 욕심에 눈이 돌아간 자신을 반성하면서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꾸는 A씨입니다.
B씨는 은행매니아입니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펀드나 주식투자는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은행에 예적금만 넣어왔습니다. 목표는 내집마련입니다.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억척스럽게 ‘돈만’ 모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거래한 통장개수만 30개가 넘습니다. 그렇게 근 십년을 모아서 3억정도를 모았습니다. 정말 징글맞게 억척스럽습니다.
그런데 내집마련을 하려니 요새 부동산 경기가 말이 아닙니다. 무려 10년을 모아왔는데, 자칫 이돈이 집값하락으로 도로아미타불 되는건 아닌가 너무너무 불안합니다.
더 마음에 안드는건 죽어라 10년을 모았는데도, 맘에 드는 곳에 집을 사려면 아직도 대출을 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C씨는 재테크를 안합니다.
그가 유일하게 하는 재테크(?)는 매주 월요일 로또사기입니다. 그는 주어진 직업에 따라 그냥 일만 합니다.
월급은 꼬박꼬박 아내에게 헌납하고 용돈을 타 씁니다. 가끔 가외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생기면 친구들과 거하게 술한잔 하고 사는게 낙입니다. 퇴근하고선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잠드는 것 정도입니다. 돈관리는 그냥 아내가 잘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는 매주 로또를 사면서 행복한 상상에 빠집니다. 1등에 당첨이되면 아내에게 말할까? 그냥 나혼자 몰래 쓰면서 살까? 차는 뭘로 사지? 이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아이에겐 골프레슨을 시켜볼까? 아니 우선 꼭 가보고 싶었던 유럽으로 한달간 여행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안에 고양이 한마리를 넣어놓는다. 그 상자안에는 독가스가 들어있는 유리병이 있고, 병근처엔 망치가 세팅되어 있다. 이 망치는 특정한 장치로 조작이 되어 그안에 들어있는 우라늄 조각의 붕괴를 감지하여 망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라늄조각의 붕괴는 순수히 양자적 사건이어서 언제 붕괴될지 예측할 수 없다. 우라늄 원자가 1초내에 붕괴될 확률이 50%라 하자. 우라늄이 붕괴되면 결국 병은 깨지고 독가스는 고양이를 죽일것이다. 이런 조건하에 상자의 뚜껑을 닫아놓는다면 고양이의 상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수 있는가?”
이 이론은 뉴튼에서 양자역학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아인슈타인과 슈레딩거가 한편이 되고, 보아와 하이젠베르크가 한편이 되어 물리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세기의 과학자들 간의 치열한 논쟁과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사고실험으로 평가되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오히려 슈뢰딩거는 굳이 상자를 열어보지 않아도 고양이가 죽었거나 살아있는 하나의 상태에 있을거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 이론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반대파인 코펜하겐 학파는 상자를 열기 전까진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고 문을 여는(관측 행위)순간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후에 물리학의 양자역학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A씨는 사실 주식투자자가 아니라 주식중독자입니다.
그는 하루종일을 경제TV를 끼고 살며, 예전과 같은 호재가 없는지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주식을 할줄 안다곤 하지만 정작 차트를 보는 법이며, PER, ROE 같은 기술적 분석은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에겐 주식이 곧 게임이며, 수익이 났다고 해서 이것이 보유자산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상담결과 그에겐 주식투자가 유일한 낙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게임이나 도박같은 폐악의 것에 중독되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입니다.
B씨는 염세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세상을 믿지 않으며, 사람도 믿질 않습니다. 항상 자신의 희생의 대가가 다른 누구보다도 크다고 푸념합니다. 부정하게 부를 취득한자, 일확천금을 얻은 자들을 증오하리만큼 미워하며, 심지어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통해 부를 취했어도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정한 길이 옳다고 믿지만, 다른이가 정한 그들의 길을 봐주려 하질 않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을 진행하는 내내 그 어떤 대화에서도 그는 단 한차례도 웃질 않았습니다.
배우자와의 의견대립은 매우 심각할 정도입니다. ‘더불어 만들어가는 행복’에 대해서 도저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상당히 지쳐있는 배우자는 우울증이 살짝 의심될 될 정도입니다.
C씨는 사실 중증 무기력증 환자입니다. 월급은 한달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모자라고 전세인 현 상황에서 내집마련은 꿈꿀수도 없습니다. 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생활비는 늘어가는데 정작 회사에서 월급인상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일이 재미있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단지 ‘일할’ 뿐입니다. 그냥 그는,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싶을 뿐입니다.
재테크는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나혼자 산다면 지금 월급으로도 충분히 살수 있는데 달린 식구가 생겨서 이렇게 된거다. 하지만 난 가장이니 이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다. 내가 보기엔 아내의 생활비 관리방법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살림은 집사람의 몫이니 굳이 뭐라고 말은 하지 않겠다.
일하는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도 좀 쉬고 싶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게임이다.
그는 하루하루를 이렇게 스스로에게 자위하며, 보고 싶지 않은 것, 듣고 싶지 않은 것들에 눈과 귀를 가리고 살고 있습니다.
재무상담을 하다보면 이렇게 정작 신청서(상담전에 미리 작성하여 건네주는 개인 금융현황)와는 전혀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멀쩡히 살아있을걸로 생각했던 고양이가 죽어있기도 하고, 고양인줄 알았는데 개나 쥐새끼가 되어 있기도 하고, 심지어 고양이는 멀쩡한데 깨지기로 한 병에서 독가스가 새어나오지 않고 있는 희안한 일도 발생합니다.
자신을 아직 ‘고양이’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실은 지금 당신은 개입니다. 아니, 개만도 못합니다.”라고 알리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자, 이 시간 자체가 상담 전체의 결말을 좌우짓게 만드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재테크의 성공여부는 굉장히 복합적이고도 다양한 요소들이 그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좋은 상품, 좋은 시기, 풍부한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모두가 부를 축적할수도, 그 부를 통해 진정한 행복추구를 이루어내지도 못합니다.
지식과 기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부터 배우자와의 같은 눈높이, 선택을 결정하게 만드는 작은 습관들, 그동안의 주변 환경, 이러한 삶의 작은 태도 하나하나의 총합들이 <지금 상자속의 나>를 만들어 낸것입니다.
월급 2백을 받아도 이 돈이 넉넉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집이 있습니다.
3백을 벌어도, 3천을 벌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이 이럴진데, 투자를 통해 내는 결과에 대해선 더 편차가 심합니다.
거의 대다수의 주식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낸 경우는 그 투자금이 천만원을 넘어서질 않습니다. 반면에 돈을 잃은 대다수의 주식실패자는 그 투자금이 천만원을 가볍게 상회합니다.
부동산의 경우엔 그래도 투자금액이 크다보니 그 수익발생의 경우에도 꽤 큰 이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하지만 자금줄이 막혀 돈의 흐름에 경색이 오고, 경매로 하나둘씩 넘어가게 되면 이 손해는 주식에 결코 비할바가 못되어 돌이킬수조차 없을만큼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A씨에게 본인이 현재 주식중독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까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 역시 A씨가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는 주식중독자들을 위한 모임이 없어서 A씨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 역시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모임이라는 곳에 나가 중독에 빠진 이를 어떻게 돌봐주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다행히도 이것을 계기로 A씨와 그 가족들은 이 ‘중독’이라는 부분에 대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주식매매 패턴도 거의 스캘퍼수준에 가까웠던 것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고서 넓게 보려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가족들 역시 중독이라는 것이 개인 한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나아가 그 중독을 이겨내기 위해 해야 할 희생의 감수에 대해서 잘 적응해 가고 있는 듯합니다.
B씨는 사실 제쪽에서 더 이상 상담을 진행할수 없어 포기하려 했던 케이스였는데, 전문적 소견도 없이 밑져야본전이란 생각으로 한번 시켜본 역할수행게임 -아내와 남편의 역할을 반대로 바꾸어 하게끔 하는 심리치료방법- 에서 돌변한 아내분의 무시무시한(!) 모습과 괴력(?)덕에 남편분이 상당히 큰 쇼크를 먹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상담에선 이렇다할 변화는 없었으나, 이후 아내분으로부터 현재 두분이 전문적인 부부클리닉 상담을 받고 있으며 그 일 이후 남편이 그래도 상당히 많이 바뀌어서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C씨는 결국 망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발생된 외부의 일로 자금줄이 막히고, 다니던 회사는 사장이 부도를 내고 도망을 쳤습니다. 월급은 밀린 상태에서 자금줄조차 막혀버리자 결국 전세금을 빼서 삯월세방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제서야 C씨는 자신이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관심조차 없었던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망울을 볼수 있었고 단지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었음을, 지금은 그 손을 잡아주는 것조차 너무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임을 알았습니다.
게임에선 주어진 몇가지 역할 수행만 잘하면 모두에게 칭찬받고 떵떵거릴 수 있었는데 현실에선 그 주어진 역할 수행들이 몇천가지가 넘는다는 것. 그렇기에 자신은 그러한 버거운 현실을 외면하고만 있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죽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도리어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좁아터진 월셋방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아내가 현실에서 훨씬 더 레벨높은 고수라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는 슬펐습니다. 현실은 ‘깨닫는 것’으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말이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상자]가 있습니다.
그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아마 대다수는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그것은 그 상자가 훌륭하다거나 상자안의 환경이 대단히 좋았다거나 이어서가 아닙니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더라도 상자안에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그 꿈꾸는 자신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나 재테크에서의 수많은 선택들. 사람들은 이 선택의 기로를 [상자를 여는 것]에 빗대어 생각하곤 합니다.
‘저때 내가 저 종목을 고르지만 않았어도..’
‘미쳤지. 사람들 말만 믿고선 저 집을 왜 이만큼 대출을 끼고선…’
‘이거 하나면 다 보장받는다고 우리 설계사가 그랬는데..’
‘차라리 그때 대출심사가 거절됐더라면..’
우리 인생 상자의 뚜껑은 의외로 쉽게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어보고 닫아야 할 인생에서의 상자는 아직도 무수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어떨 때 열었던 상자에선 죽은 고양이가 나올수도 있을테고, 다른때는 상자에서 고양이가 새끼까지 낳아 나올지도 모릅니다. 또 개가 뛰쳐나올수도 있구요. 대체 왜 그 상자에서 고양이가 죽어있고, 어떻게 마리아도 아닌데 수컷없이 고양이새끼가 나왔는지가 중요한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오건, 그것을 안고서 더 행복해 질수 있는 것을 찾아서 뛰는 것입니다. 상자안에 행복할 나를 꿈꾸며 상자를 열기 전에 그러한 내가 될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다시 행복해 질때까지 뚜껑을 계속 열어 젖히며 말이죠.
오늘도 여러분은 아주 특별한 상자의 뚜껑을 열까 말까 고민중일겁니다.
지갑에 용돈 덜렁 만원 남았는데
1.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에 애들이 좋아하는 와플을 사갈까?
2. 내가 좋아하는 통닭이랑 맥주를 사갈까?
3. 아니면 좀 늦는다 그러곤 동료랑 당구나 한게임?
4. 돈을 모아서 술이나 한잔할까?
5. 그냥 로또나 한장 살까?
어떤 상자를 열더라도.. 행복해 지세요 ^^
슈뢰딩거파(派)와 코펜하겐파는 이 상자뚜껑 싸움을 통해 양자역학이라는 화학의 모든것과 물리학의 대부분을 설명해 주는 이론을 탄생시킵니다. -볼프강 파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