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
[현재 30대인 작가가 80대 죽기 하루 전 자신을 상상하며 지금 젊은 날 하루하루를 회상하며 써내려가는 미리쓰는 자서전]
50년 전, 생리 전 증후군과 함께 살아낸 시간들
2,30대 무렵 한 달에 열흘쯤.
나는 그 시기를 통째로 고통이라 불렀다.
몸은 무거워지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마음은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더 괴로웠다.
나는 그걸 ‘내가 나약해서 그런가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리 전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그리고 그 증상이 단지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내가 쌓아온 삶의 방식과 선택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나쁜 걸 먹고, 몸을 혹사할수록.
생리 전 증후군이란 놈이 더욱 혹독하게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위해 더 건강한 선택을 했더라면… 이 시간을 피할 수도 있었겠지.’
또 한 번, 과거의 나를 후회했다.
갑자기 휩쓸려오는 무력과 우울 앞에서 나는 그저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달에 한 번.
말랑하고 넘치던 젊음의 기운이
생리 전 증후군이란 이름으로 빳빳하게 굳어
마치 말린 미역마냥 바스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모든 바스라짐이야말로 젊음의 에너지였다.
넘치던 기운이 한순간에 굳어버리고,
그걸 다시 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매달리는 날들.
그 고된 순환 안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그 시기의 나는
달에 한 번씩 미역처럼 말라 바스러졌고,
또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다시 나를 만들었다.
그러다 아주 작은 기쁨 하나에도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
햇빛 좋은 날의 산책,
따뜻한 차 한 잔에도
굳었던 감정이 금방 녹아내리곤 했다.
지금 내 나이 여든.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고맙다.
그 무력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 했던 나.
기분 좋은 하루 하나에 세상을 다시 믿어보려 했던 나.
그렇게 젊었던 나.
그래, 그때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할 걸
좀 더 좋은 걸 먹고, 나를 위해 움직일 걸.
지금보면 어찌 그리 짧은 젊음을
그렇게 허무맹랑한 것들에 내어주었을까.
이제는 그때처럼 누군가의 달콤한 한 마디에
사르르 녹기도 힘들고
딱딱하게 바스라진 몸을 말랑하게 만들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좋아지는 날을 믿는다.
다시 말랑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정말로 죽기 전 돌이켜보면
지금 이 생각을 하는 여든 오후조차 젊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