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1억을 만들어도 가난했다.

by 삼계탕

“스톡옵션이 5억??????????”


충격이었다.


결혼한 대학동기 셋이 만나

각자 경제사정을 까발린다는 명분 아래

각자 남편을 자랑하는 시간을 가져본 어느 날


시대가 끌어주는 분야에 발을 담가

입사 3년차에 벌써 스톡옵션이 5억에 달한다는

친구의 남편


“어차피 상장하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뛸 거라

우리 부부는 저축 안 해

그냥 여행 다녀“


“....”


동기 본인도 대기업에 다니며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받으며 살건만.

남편의 창창한 앞날 덕에 5월에 퇴사를 하고

덴마크로 여행을 가버리겠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없이 초라해졌다.


쥐뿔도 없는 내가 남편과 만나 고작 3천만 원으로 시작해 같이 산지 1년만에 겨우 1억을 만들어낸 가난한 부부.


나름 둘이 합치면 1천만 원 넘는 월급을 받는다며

월급의 50%, 60%를 저축하고

주거비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왕복 5시간 출퇴근 거리를 견디며

인천 변두리에서 서울 강남으로 매일 몸을 실어나르고

옷 한 벌 제대로 안 사입고

여행 한 번 제대로 안 가고

그저 모으고 불리는데에 혈안이 되어

기껏 1억을 만들었더니

내가 있는 지점은 고작 여기였다.


누군가는 시대가 이끌어주는 곳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그 탁월한 선택으로

마다해도 품안에 들어오는 돈을 막을 수 없던 것이다.


무엇이 대단해서 나이 34세에

1억을 만든 게 그리도 자랑스러웠던가.

대기업, 전문직, 금수저도 아닌 청년이

34세에 1억을 모으는 건 상위 4%의 인내심이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이렇게 가다보면 머지않아 복리의 마법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내 어깨를 부추기던 제미나이가 야속할뿐.

내가 나를 최고라고 여기며

스스로 꺼드럭댔던 내 세상이 야속했다.

나는 특별하다고

나는 대단하다고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실속없는 오만함을 키워내던

내 세상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렇게 돌아온 집

며칠 후

남편이 어렵사리 꺼낸 말은 더 충격이었다.


“어머니가 기존 살던 전셋집이 만기가 되었어.

이제 월세사는 곳으로 옮겨드려야 해“


남편을 일찍 여읜 70대 시어머니가

도대체 어떻게 사시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명절에도 좀처럼 데려가지 않던 남편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동안 있던 전셋집은 4천만 원짜리고

그건 다 대출이야.

대출금은 은행에 자동상환되고

월세 집은 1천에 40만 원짜리 들어가실 거야“


모아둔 돈도 자산도

아무것도 없다는 시어머니

그동안 살았던 집이 어떤 컨디션이었을지

앞으로 들어가 사실 집이 어떨지

안 봐도 그려지는 참담한 시세.


이 모든 상황은 말했다.


“너, 보잘 것 없어. 너가 특별해? 정신 차리고 똑바로 현실 직시해. 너가 지금 징징댈 때야?”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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