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1억을 만들어도 가난했다 (2부)

by 삼계탕

지나고보면 모든 선택이 편안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

더 나은 사람들과 일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그 기간을 거절하고

다시금 ‘편안한‘ 곳에 안주한 것


나보다 더 나은 집안에서 태어나

나보다 훨씬 나은 벌이로

나의 위치를 격상시켜주겠다며

달콤하게 결혼을 꼬드기던 남자들을 마다하고

오로지 내가 나답게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또다시 안주한 것


그런 선택들을 하며

“나는 속물들과 달라”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았다만 내 깊숙한 곳에선 알고 있었다.


나는 나를 기꺼이

더 나은 곳으로 끌어올릴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 선택을 했을 때 다가올

불편한 기류에 적응하는 시간을 결국 견디지 못할 것을 알기에 매번 늘 편안한 선택을 일삼는다는 것을.


불편한 것을 조금이라도 참지 못했던 과거가

날카로운 현실에 쓸리고 쓸려서

날것 그대로의 초라한 나를 여실히 내놓고 있었다.


힘이 나지 않았다.

내가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닫고 마음깊이 새기고 난 이후로

모든 것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 내려놓자“


‘나는 특별하다’는 가정에 심취해서

무슨 일을 하든

이만큼 기대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실망해왔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그 허울좋은 목표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지 이리저리 머리 싸매며 궁리하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나는 그런 선택도, 용기도 내지 못하는 팔푼이니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현실적인 체념 속으로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걸까

특별하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가장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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