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보면 모든 선택이 편안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
더 나은 사람들과 일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그 기간을 거절하고
다시금 ‘편안한‘ 곳에 안주한 것
나보다 더 나은 집안에서 태어나
나보다 훨씬 나은 벌이로
나의 위치를 격상시켜주겠다며
달콤하게 결혼을 꼬드기던 남자들을 마다하고
오로지 내가 나답게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또다시 안주한 것
그런 선택들을 하며
“나는 속물들과 달라”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았다만 내 깊숙한 곳에선 알고 있었다.
나는 나를 기꺼이
더 나은 곳으로 끌어올릴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 선택을 했을 때 다가올
불편한 기류에 적응하는 시간을 결국 견디지 못할 것을 알기에 매번 늘 편안한 선택을 일삼는다는 것을.
불편한 것을 조금이라도 참지 못했던 과거가
날카로운 현실에 쓸리고 쓸려서
날것 그대로의 초라한 나를 여실히 내놓고 있었다.
힘이 나지 않았다.
내가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깨닫고 마음깊이 새기고 난 이후로
모든 것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 내려놓자“
‘나는 특별하다’는 가정에 심취해서
무슨 일을 하든
이만큼 기대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실망해왔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그 허울좋은 목표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지 이리저리 머리 싸매며 궁리하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나는 그런 선택도, 용기도 내지 못하는 팔푼이니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현실적인 체념 속으로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걸까
특별하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가장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