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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moon Sep 17. 2016

똑똑한 숙박O2O가 '요우커'와 만나는 방법

#staytech 열번째 이야기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토머스제퍼슨 기념관. 이곳은 미국 3대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을 기리는 장소로, 매년 방문객 수백만이 찾는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심하게 부식되는 대리석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관람객들은 부실한 관리상태를 문제 삼으며, 민원을 제기해 왔다.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기념관의 이미지는 날로 악화됐다. 


최상급 대리석을 사용하는데, 왜 부식이 빠르게 진행 될까.” 관장은 고민했다. 직원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대리석을 세제로 자주 닦아냈기 때문이다. 보통의 상관이라면, 바로 세제 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했을 터. 그러나 대리석 보수 지시에 앞서 기념관장은 한번 더 물었다.

"왜 대리석이 부식될 만큼 자주 세제로 닦는가."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기념관의 수많은 비둘기 배설물'이 원인이었다. 관장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비둘기가 많지?" 비둘기의 먹잇감인 거미가 많아서다.

"왜 우리 기념관에 유독 거미가 많을까." 해 지기 전 주변보다 전등을 먼저 켜서 거미의 먹이인 나방이 불빛을 보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해가 지기 전, 전등을 주변보다 먼저 켜는 거지." 이유는 직원들의 이른 퇴근이었다. 해답을 얻은 관장은 불 켜는 시간을 늦췄고, 기념관 대리석 부식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최근 숙박O2O 기업들의 관심 중 하나는 ‘요우커(遊客)’다. 구체적으로는 이들과 ‘중소형호텔(일명 모텔)’을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한동안 중소형호텔의 주 이용자는 2030세대의 젊은 데이트족이었다. 하지만 ‘여기어때’ 등 스테이테크 전문기업이 방대한 중소형호텔 숙박DB를 확보하고, 객실 컨디션 확인과 ‘미리예약’ 및 결제 기능을 탑재하면서 사용 연령과 목적을 확장했다. 더불어 개선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투숙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넓히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거 FunGuy님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중 40% 이상이 중국인이다. 많은 이들이 조언한다. 중국어가 지원되는 요우커 전용 중소형호텔 숙박앱이나, 직접적으로 이들을 유치할 노력을 기울일 때가 아니냐고. 실제 서울 명동, 강남이나 주요 관광지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중국인을 겨냥한 광고판이 참 많다. 특히 명동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중국어를 사용하며 고객을 유치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숙박앱 '중국어판'이 등장하면 요우커 트래픽이 몰려들까. 업계는 국내외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B2B 형태가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 직접적인 마케팅이나, 전용 앱은 무용지물이다. FIT(Foreign Independent Tour, 개별자유여행객)이 예전보다 많이 늘긴 했다. 이들에게는 효과적일까. 막대한 현지 마케팅이 수반돼야 한다. ‘의도적 적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국내 로열티 유저 확보에 매진 중인 O2O 기업에게 버거운 전략으로 보인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중국여행을 결심했을 때 중국에서 잘 만든 한국어 지원 숙박앱으로 현지 숙소를 예약할 지. 해외 관광객은 숙소 예약 시 자주 활용하는 채널을 찾거나, 지인 추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요우커에게는 ‘씨트립’이라는 멋지고, 익숙한 채널이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거 FunGuy님


한국관광공사의 '2015 글로벌 온라인 트렌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웹은 우리나라 코레일에 해당하는 철도청 사이트였고, 2위와 3위가 온라인 여행포털 씨트립(ctrip)과 취날(qunar)이었다. 특히, 씨트립은 여행사, 숙박, 교통 등 여행 전반을 망라한 사업영역을 바탕으로 경쟁사였던 취날을 인수한 뒤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여기어때는 ‘씨트립’과 손을 잡았다. 중소형호텔 O2O 중 첫 성사다. 씨트립은 중국을 비롯해 세계 200개 국가, 지역 내 100만 개 호텔, 6개 대륙 5000여 개 도시 항공노선, 교통편 정보와 예약 서비스, 현지 가이드 투어, 여행 관련 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월평균 이용자는 9,000만에 이른다. 중국 온라인 여행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지난해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611만 명) 중 200만 명이 씨트립 서비스를 이용했다. 우리는 중국인 관광객 숙박 수요가 많은 서울 명동, 종로와 강남, 부산 서면과 해운대에 위치한 인기 호텔을 선별해 연결한다. 그리고 제휴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특급호텔에 국한됐던 중국인 관광객 대상 숙소를 중소형호텔로 확장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해외 관광객 시장 개척으로 중소형호텔 활용목적이 다양화되고, 이미지 개선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마스제퍼슨 기념관 얘기로 돌아 가겠다. 관장이 눈앞의 대리석 보수공사만 지시하고,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계속되는 부식에 재원이 낭비됐을 것이다. 그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가 결론을 도출한 이런 사고방식은 ‘5WHY’ 기법이다. 문제의 현상만 보지 않고, 지속적인 물음으로 본질을 찾는다. 어떤 일이든 5번은 고민해야 한다. 


필자소개/ STAYTECHER 문지형 diable7@gmail.com중앙일보 아이위클리 취재기자로 시작해 SK플래닛, KT 홍보실을 거쳐 스타트업 숙박O2O 전문기업 위드이노베이션(WITHINNOVATION Corp.)에서 커뮤니케이션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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