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moon Jun 03. 2016

스테이테크가 가져온 혁신, 호텔과 모텔 '定價'의 반전

Staytech 세번째 이야기

모텔에서 투숙할 방을 구할 땐 늘 "빈 방 있어요?"다. 

가격이나 원하는 타입의 방을 당당하게 '앞서' 묻지 않는다.


"열심히 벌어서 저런 데도 다녀야지."

호텔은 비싸다고 툴툴대면서도 사람들은 능력을 자학한다.


Staytech(스테이테크)가 가져온 생활 속 변화는 많다. 특히 재미난 현상이 하나 있다.  

호텔과 모텔 이용가다. 편의상 '정가(定價) 반전(反轉)'이라고 표현하겠다.


비교적 정찰 개념 확실했던 호텔은 최근 정가 정책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이들은 부서진 벽돌을 들고 신규 고객 모으기에 나선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가 개념이 모호했던 모텔은 가격정찰제로 신뢰찾기에 적극적이다.

무엇이 난공불락(難攻不落) 숙박업계를 뒤흔들고 있을까.


정신줄.. 아니, 정가를 내려놓은 부터 살펴보자.

넘쳐나는 호텔로 인한 공실률 증가(이유는 'staytech 두번째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36l4/2'에서 짚었다)를 해소하려는 호텔들의 노력이 눈물 겹다.


데일리호텔, 호텔타임 등 타임커머스는 문턱 높던 호텔 객실의 '땡처리(앞으로 고급지게 'last minute'이라고 불러보자)'로 호텔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모텔 갈 돈 2~3번 아끼면 한번간다)


반대로 손님 컨디션(condition)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었던 모텔들은 가격정찰제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정가 개념이 모호했던 모텔들은 여기어때 등 스테이테크 기업(숙박O2O)이 내놓은 회원가보장제, 최저가보상제 등 제도 혁신 통해 카르텔을 깨고, 정가 정책에 참여하는 형태다.


사실 올해 초, 모텔 앱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저가보상제'는 '치킨게임'이 아니었다.

(택시부터 숙박까지…연초부터 불붙은 O2O 경쟁 :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8139155)


최저가보상제는 말 그대로 특정 플래폼에서 제공하는 숙박/대실 모텔 이용료가 최저가격이 아닐 경우, 차액의 일정비율(여기어때 최대 3만원, 야놀자 최대 2만원)을 고객에게 보상하는 제도다.


여기어때 데이터에 따르면 최저가보상제가 도입된 지난 1월, 보상 신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운영 4개월만인 지난 5월에는 보상신청 건수가 0(제로)였다. 모텔업계서 '정가'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다.


최저가는 꼭 하나 뿐이라는 편견을 버리자. 모든 플래폼이 '정가'로 대동단결하면 보상이 필요없는 시대가 열린다. 이미 열렸다.

여기어가 시행 중인 회원보장제는 모텔 현장 결제 시, 카드/현금 가격을 일치시킨다. 카드와 현금 숙박비 지불가격을 상이하게 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업주들이 일부 있었. 현금 결제 시, 카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려는 관행 때문이다. 모은 중개 서비스별, 앱 별, 카드 or 현금 등 결제수단별, 온라인/오프라인, 성수기/비수기 차이에 따라 입실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고객들은 모텔 방문 전에 전화문의, 방문조사 등 '정가'를 조사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최저가보상제와 회원가보장제 도입 후 시장은 자정작용이 일어난다. 이용자는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발품을 덜 팔고, 가격에 대한 의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시장은 투명해지고, 양성화되며, 신규고객을 모았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 군림하던 모텔 제휴점들은 왜 가격정찰제에 동참하지?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 4개월 간 3번 이상 최저가보상제 약속을 깬 제휴점은 한 군데도 없었다. 최저가보상제가 ‘워치독’ 역할을 한 거다. 여기어때나 야놀자는 '최저가보상제' 참여를 약속한 제휴점 대상으로 고객을 잇는 혜택(쿠폰, 이벤트 추첨 등)을 우선적으로 부여한. 고객 유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숙박업주라면 숙박O2O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국내 모텔 앱 시장은 여기어때(55.4%)와 야놀자(40.9%)가 양분(닐슨코리안클릭 기준)한다. 두 회사와 모두 손잡은 중복 제휴 모텔은 70%로 추정된다. 두 강자가 서로 감시자의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는 최저가( = 안정된 定價)를 보장받게 된 셈이다.


호텔타임, 데일호텔, 세일투나잇 등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타임커머스 앱 등장과 호텔업계 불황, 눈치없이 증식하는 신축호텔들은 호텔 객실의 가격 현실화(?)를 부추킨다.

4월 닐슨코리아클릭 자료를 보면 순이용자 수에서 호텔타임커머스 앱은 상위권을 휩쓸었다. 기존 OTA(온라인여행사) 채은 힘에 부친다. (호텔 예약 기능이 있는 상위 20개 앱 조사 결과, 2014년 4월 호텔 타임커머스 앱 점유율은 13%에서 2016년 4월 37%로 3배 늘었다)


야놀자와 같은 일부를 제외한 숙박O2O 기업 대부분은 기존 숙박산업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깃발을 꽂았다. 그래서 기존 오프라인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창조적 혁신이 가능했을 거다.


'스테이테크'로 대표되는 숙박 O2O 앱의 등장은 십수년된 기존 숙박 중개업체들이 업주 눈치를 보느라 결단하지 못한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 장기적인 중소형호텔 시장의 성장과 제휴점, 소비자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원한다. 부디.

작가의 이전글 에어비앤비, 방관할까 승선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