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어느덧 3,20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1월 12일에 썼습니다.) 작년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니 작년 2020년 말까지도 이러한 순간이 이렇게 일찍 찾아올 줄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과거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 장이 끝물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객장에 할어버지들이 나타난다느니 아줌마들이 나타난다느니 하면 주식을 팔 때다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런 '인간 지표'를 기준으로 투자하신 분들은 지금 굉장히 배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오랫동안 굴러온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장을 쉽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이 해마다 내놓는 분석 보고서의 목표 주가들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잘 맞는 경우를 보기가 힘듭니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온종일 모든 노력을 다해서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들 조차 한 치 앞을 제대로 내다보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치부하기 일쑤죠.
요즘 같은 때는 투자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공부한 만큼 수익률이 비례에서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원칙 없이 투자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게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 편견이 늘어납니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진정으로 겸손한 사람은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주식 시장이 올라가는 원동력은 1)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로 인한 생산성의 증가, 2) 각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3) 개인의 주식 참여 접근성 증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 모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부터 촉발되거나 가속화됐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팬데믹이란 재앙이 주식 시장에는 궁극적으로 가장 강력했던 호재가 아닌가 하는 역설적인 생각도 듭니다.
GDP 같은 전통 지표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디지털 기술로 인한 업무 생산성 향상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구글이나 네이버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유튜브를 통해 즐거움과 정보를 얻고, 쿠팡을 통해 하루도 안 되어 원하는 물건을 배송받는 것들의 진정한 효용 들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재무제표의 숫자를 통해서 표현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닙니다. 더 많은 활동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지식의 공유는 가속화되고 사람들 간 협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의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물들의 가치는 단지 숫자와 지표만으로는 모든 가치를 온전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고요.
데이터는 중요합니다. 숫자와 근거에 기반한 논리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에 데이터가 넘쳐난다고 해도 아무리 의사결정자가 똑똑하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검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몇 가지를 취사선택해야 하고 한정된 데이터의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의 합리성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오만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자연스럽게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제한된 합리성에 대한 위험을 기억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욱 현명해지게 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과거의 승자가 오늘의 승자가 아니듯,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승자란 법도 없습니다. 먼 과거로 갈 필요도 없습니다. 10년 전인 2010년 시가 총액 순위와 오늘의 시가 총액 순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과거 2010년 기사로 발표된 시가총액 순위입니다. 제일 오른쪽 칼럼은 의미 없게 종합순위라는 걸 만들어 놨는데 무시해도 될 것 같고요. 여기 있던 기업 중 몇몇 기업만이 순위 내에서 생존했고, 10위 안에서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단 3개입니다. 은행주 같은 경우는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2020년 1월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위는 현재(2021년 1월 20일 기준) 매일 변화하는 숫자이긴 하지만, 10년 전 과거와 비교해서 보면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습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지니 13위까지만 현재와 과거를 비교해보는 표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겠습니다.
과거 시총 상위 13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7개가 13위 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참고로 포스코는 현재 24조로 17위, KB금융은 19조로 21위가 됐습니다. 한국전력은 16조 정도로 24위로 밀려났고요, 신한지주는 17조로 24위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심지어 7조로 쪼그라들어 현재 코스피 41위까지 추락했습니다. SK텔레콤 은은 20조로 20위로 밀려났고요, 현대중공업은 4조로 코스피 7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반면 신규로 12위권까지 진입한 회사들을 살펴보면 시가총액 53조로 5위로 진입한 삼성 바이오로직스, 51조의 삼성 SDI는 6위로 진입했고, 네이버는 현재 기준 40조로 7위입니다. 셀트리온은 42조로 코스피 8위 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스닥에 상장돼있는 셀트리온 헬스케어 (코스닥 1위, 22조), 셀트리온제약(코스닥 2위, 7조)을 더하면 사실상 거의 3위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그룹을 합치지는 않았으니 이런 방식의 비교는 불공평한 비교이기는 합니다.)
떠오르는 카카오는 39조로 9위에 랭크됐습니다. 기아차는 37조로 10위, 삼성물산은 27조 12위입니다. 어찌 보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로 인해서 삼성그룹들의 주가가 더 높아지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시기적인 특수성이 있지는 않은가 조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기업은 IT, 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과 관련돼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을 꿈을 먹고 삽니다. 변화된 시가 총액 순위가 말해주는 것은 앞으로 사회의 변화와 혁신이 어디서 올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편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은 변화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절대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라는 사실이고, 더 많이 변하는 것일수록 변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무엇이 앞으로 더 유망해질 기업인지, 너무 과도한 기대나 잘못된 편견이 우리의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지 냉철하게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