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지인으로부터 c호텔 에프터눈 티 2인 기프트콘을 선물로 받았다. 대학원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날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지인의 사려 깊은 선물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유서 깊은 호텔인데 다른 유명호텔과 달리 이 호텔의 모습은 평소 눈에 띄지 않았다. 딸과 함께 한껏 멋을 내고 차를 타고 찾아가니, 한국은행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서야 볼 수 있었다. 호텔 옆에는 환구단이라는 조선시대 하늘에 제사 지내던 유서깊은 곳이 있어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우리는 1층에 라운지&바로 이동하여 자리를 안내받았다. 예약할 때 부탁하였더니 뷰도 좋고, 한쪽에 조용하고 넓은 소파와 의자가 있는 테이블로 준비해 주었다. (사진을 찍기가 좀 부끄러워 안 찍었더니 여기 올릴 사진이 없다. ㅠ)
차는 여섯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었다. 그때는 글을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차 이름들이었다. 차의 맛과 향은 정말 좋았다. 에프터눈 티에 빠질 수 없는 3단 트레이에 다양한 쿠키, 샌드위치, 피자, 등이 나왔다. 정말 한 입 거리로 작은 사이즈였다. 서비스와 차는 흠잡을 수 없었지만, 다과는 신선한 풍미가 없었다. 가격은 식사 비용만큼이나 되었지만, 3단 트레이에 담긴 음식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지인의 마음씀에 누가 되는 서비스였다.
홍차에는 하루의 특정 시간을 나타내는 이름들이 눈에 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애프터눈 티' 등이 그것이다. 사실 그것보다 더 많다. 영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보다 더 홍차를 좋아하여, 하루 7번 이상 마셨다고 한다. 오늘은 시간 별로 즐기는 영국인의 홍차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1. Early Tea(Best Tea) - 아침 침대에서 마시는 차. 남편이 부인에게 만들어 주는 차이다. 이것으로 남편의 애정을 확인한다고 한다.
2. Breakfast Tea - 아침 식사 하면서 마시는 차. 영국식 아침 식사는 홍차에 토스트, 달걀, 베이컨, 소시지, 팬케익, 과일 등으로 차려진다.
3. Elevenses - 오전 중에 잠시 쉬면서 마시는 차. 15분 정도 간단히 마시는 차이다.
4. Middy Tea Break - 오후에 간식 먹으면서 마시는 차
5. Afternoon Tea(Low Tea) - 휴일 오후에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Middy Tea Break. 주로 오후 4시경 멋지게 준비하고 샌드위치, 스콘, 케이크, 등을 준비한다. 귀족층에서 시작된 문화로, 영국에서는 오후에 차 마시러 오라는 말을 친구가 되자는 뜻이다.
*참고로 19세기 영국은 아침저녁 8시에 하루 두 끼의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출출해지는 늦은 오후에 Middy Tea Break, Afternoon Tea가 생겨났다.
6. Meat Tea(High Tea) - 6시경 서민들이 일을 마친 뒤 저녁 식사와 함께 마시는 차. 홍차와 함께 고기 음식을 곁들여 먹기 때문에 Meat Tea라고 불린다.
7. After Dinner Tea - 저녁 식사 후 여유롭게 마시는 차. 초콜릿 등 단 과자와 같이 마시거나, 위스키나 브랜디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8. Night Tea -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는 차. 따뜻한 우유를 넣어 마신다.
더불어 시간과 기분에 따른 홍차를 소개한다.
1. 활기찬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때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나 얼그레이를 추천합니다. 블랙퍼스트의 진한 카페인이 정신을 깨어나게 하고, 얼그레이 화사한 향으로 기분도 상쾌해질 것이다.
2.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후에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줄, 꽃과 과일향이 첨가된 flavored tea가 제격이다. 또는 홍차에 레몬 조각을 넣어 마시는 것도 좋겠고 립톤의 레몬 홍차 티백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겠다.
3.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따뜻한 우유에 진한 티를 넣은 밀크티가 위를 데워주면서 몸을 편안하게 이완해 줄 것이다.
4. 춥고 쓸쓸할 땐, 스트레이트 티에 브랜디 몇 방울 떨어뜨려 마시면 그 따스함이 몸과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출처: <함께 건강하게 마시는 차. 차.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