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 대학에는 캠퍼스 실내외 할 것 없이 곳곳에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사실 자판기만 있으면 친구와 교제하고, 추위와 허기를 달래고, 달달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판기 메뉴 버튼은 네 개가 기본이었다. 밀크커피(우유 커피), 블랙커피, 우유, 그리고 율무차. 블랙커피와 우유를 섞어 밀크 커피를 만들어 먹는 것도 대단한 개취(개인적 취향)이며 나름의 레시피였다. 녹차를 만난 것은 졸업 후였다. 직장 탕비실(차를 준비하는 곳)에는 커피와, 설탕, 프림, 그리고 녹차 티백, 유자차청이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녹차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하여 한동안 아침 식사를 거르고 오전 내 녹차만 마시기도 했다. 한동안 녹차 티백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워낙 다양한 차들이 많고 카페도 많아서 티백을 가정이나 직장에서 얼마나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에도 녹차 티백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글을 쓰다 생각나서 동서녹차를 다시 마셔봤는데, 가격과 흔함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다면 훌륭하다. 요즘엔 페퍼민트차나 케모마일차, 그리고 재스민차 정도만 티백으로 있고, 가끔 선물로 받은 스페셜티세트가 티백으로 된 것들이다. 티백으로 된 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조금 엉뚱하다. 우리고 난 젖은 티백을 휴지통에 넣으면 휴지통에서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차를 이것저것 맛보기엔, 티백 제품이 맛도 위생도 그나마 신뢰할 수 있어 편리하다.
티백도 만든 재질과 모양에 따라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티백은 천연 펄프로 된 납작한 티백이다. 그리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사체 Sachet 티백이 있다. 사체 티백은 나일론이나 실크로 삼각뿔 모양으로 만들어졌고 잎차용 티백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거즈천으로 만들어진 좀 더 큰 주머니형 모슬린 Muslin 티백이 있다. 이는 가격이 비싸 고급 차에만 사용된다.
티백은 뜨거운 물에 2~3분 정도 우리고 건져낸다. 머그나 뚜껑 없는 용기에서 우려야 깨끗한 향을 즐길 수 있다. 티백 제품도 차향을 감상할 수 있다. 차가 우러나오면서 좋은 향이 함께 나오는데, 뚜껑으로 덮어두면 그 안에서 향과 맛이 문드러진다. 티백을 건질 때는 짜지 말고 그대로 건져 내야 차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요즘 즐겨 마시는 티백제품은 곰곰에서 나온 케모마일차이다. 로만 케모마일인지 사과향이 좋다. 너무 오래 우리면 사과향이 사라지니 3분 정도 우려 바로 꺼내는 게 좋다. 케모마일차의 여러 효과가 있지만 몸으로 직접 느껴지는 건, 과식했거나 식사 후 위가 부담스러울 때 마시면 뱃속이 편해진다. 혈당량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과식으로 불편할 때 먹으면 좋겠다. 또 저녁에 마시면 잠이 솔솔 온다. 그리고 항염 효과도 있다. 염증이 있을 때 마시면 좋겠다. 아마드티에서 나온 케모마일 레몬그라스도 좋았다.
재스민티는 다농원에서 나온 제품을 마시고 있다. 우롱차 95%에 재스민 5% 함량인데 재스민 향이 너무 강하지 않고 구수하면서 달콤하고 좋다. 가격대비 꽤 만족스럽다.
커피 빈에서 나온 페퍼민트 티백은 정말 맑고 깨끗하다. 아무리 우려도 맛이 텁텁해지거나 탁해지지 않는다. 찬물에서도 잘 우러나서 한여름 찬물에 티백을 넣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마시면 갈증해소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티백으로 된 선물용 티세트로는 쌍계명차, 오설록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차 세트가 있고, 델픽에서 나온 고급스러운 향의 티세트도 좋다. 외국제품으로는 웨지우드의 스페셜티세트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