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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Apr 23. 2024

숨 쉰다고 다 똑같은 호흡이 아니다

1. 벨칸토 창법 

20년 전.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교회 중창단에 들어갔다.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불러보니 내 음색이 꽝이다. 

음정 박자는 그럭저럭 맞는 것 같은데, 가늘고 힘없고, 짧고, 울림도 없고,.... 

결국 발성 레슨을 받기로 했다. 

벨칸토(bel canto, 아름다운 소리) 창법이라 했다. 

벨칸토는 18세기에 확립된 이탈리아의 가창기법이며, 19세기 전반 이탈리아 오페라에 쓰였던 기교적 창법이다. 이탈리아어로 벨칸토란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이다. 이는 극적인 표현이나 낭만적인 서정보다도 아름다운 소리, 부드러운 가락, 훌륭한 연주효과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기교보다는 소리가 아름답게 나도록 하는 창법이다. 쉽게 얻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이상 개인 레슨을 1년 넘게 받았다. 그동안 했던 것은 8할이 호흡과 호흡을 통해 소리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1년 반 수업을 한 뒤 제대로 된 벨칸토 소리를 울렸던 경험은 딱 두 번이었다. 

그때는 내 온몸과 얼굴 근육, 그리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희열을 느꼈다. 

그후 노래는 모르겠고, 기침을 하거나 아이들에게 호통칠때면 우리집 유리창이 흔들렸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엄마가 발성 레슨 받는 게 아니었는데....' 하였고, 호통은 간데 없고 우린 함께 웃었다.


그때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다. 

사람은 어려서는 배로 깊숙이 호흡하다가 점차 호흡의 깊이가 얕아진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쩌렁하고 시원한 것은 아기들은 배로 호흡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의 호흡이 간파되었다. 초등학교 때 1학년부터 4학년 까지는 학교 수업 전으로 무용을 연습하였다. 그것을 그만두던 시점이 성장기에 접어드는 시기였고 이후로 나의 몸은 자꾸 부풀어 갔다. 살이 찌면서 배가 나오고 배가 나오면서 숨쉬기가 쉽지 않아 졌고 입을 벌리고 숨을 쉬게 되었다. 즉, 나의 호흡이 얕아진 것이다. 

얕아졌다 함은 숨을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가 뱃속까지 깊이 들어가지 않고, 가슴까지만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더 심한 경우는 목까지만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더 심한 경우는 입에서만 할딱 거린다. 

발성 레슨 받는 동안 숨을 뱃속까지 깊이 들이마시고 풍선처럼 부풀리는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간 공기를 이용해 소리 내는 연습을 하였다. 벨칸토 창법에서 공기가 들어가는 뱃속은 기타의 울림통과 같다. 그 속으로 공기가 충분히 채워져야 좋은 소리가 날 수 있다. 파파로티의 배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파바로티의 배가 나왔던 것이 단순히 비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의 소리는 그 울림통에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2. 프라나 호흡

뱃살은 유턴을 몰랐다. 계속해서 늘어갔고, 숨은 얕아졌다. 그러다가 어플에서 '프라나 호흡'이란 어플을 발견했다. 그것을 다운로드하여 틀어놓고 매트 위에 누워서 숨쉬기를 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다. 마음 비우기, 긴장완화, 고요, 힘, 조화, 항스트레스, 식욕 억제, 담배 대체 등. 

호흡은 네 가지로 구성된다. 들이쉬기 - 유지하기 - 내쉬기 - 지속

단 메뉴마다 이 네 가지의 시간이 다르다. 

숨을 들이마시어 배를 풍성처럼 부풀렸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배와 등가죽이 붙을 정도로 숨을 빼낸다. 

내가 즐겨 찾는 한의원 선생님은 비만인 사람은 내쉬는 숨을 길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로 길을 걸을 때도 열까지 수를 세면서 숨을 내쉬곤 했다. 

몸을 꼼짝하기 싫은 사람은 이렇게 숨 쉬는 것만으로도 복부지방을 줄이거나. 복부지방으로 인해 얕아진 호흡을 되살릴 수 있다. 

복부지방의 위험은 장기들 사이에 지방 덩어리가 자리 잡으면서 장기들이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만인 사람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머리가 아픈 것은 과식으로 소화가 어렵기도 하지만, 장이 움직이지 못해서 그 안에 음식이 체류하는 시간이 길고, 가스가 차고, 그래서 호흡으로 깊이 들어가야 할 공기가 몸속 깊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다 보면 몸 속 골고루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머리도 아픈 것이다. 


숨이라고 다 똑같은 숨이 아니다. 

나는 숨을 어떻게 쉬고 있나 확인해 보고, 의식적으로 복식호흡을 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뱃속 깊이 채웠다가 천천히 오래 빼내는 호흡을 훈련해야 한다. 


작업 중인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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