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Story
녹차를 구입하면서 중국산 백호은침도 주문했다. 백호은침白毫銀鍼은 표면에 하얀 솜털이 붙어 있고, 털이 빛에 반사되면서 은빛이 감도는 뾰족한 침 모양의 백차이다. 차의 캔을 개봉하니 은은한 꽃향기가 풍긴다. 구수한 녹차향은 없다. 찻잎을 다하에 덜어놓고 보니 길쭉하고 뻣뻣하다. 엄청 힘이 세 보인다. 길쭉한 잎모양을 보아하니 이파리(엽葉)가 아니고 싹(아芽)이다. 싹이 3~5cm이다. 엄청 큰 대엽종 차나무의 싹인듯하다. 이런 싹이 자라면 크기가 15~20cm가 되는 잎이 되나 보다. 차의 명칭에 '침'이 들어가면 그건 갓 나온 싹으로 만든 차이고, 어린싹으로 만든 차일수록 물의 온도를 뜨겁지 않게 조심스레 우려야 한다. 그런데 고민이다. 이 차는 뻣뻣하고 딱딱해서 뜨거운 물로 우리고 싶은 유혹이 강하다. 그래도 유혹을 물리친다.
차의 불순물이 있을까 봐, 찬물로 세차洗茶를 했다. 뜨거운 물로 우리면 안 되는 차는 찬물로 세차하고 좀 적셔주고 나면 실수로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에라도 차 맛과 향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백차는 80도 정도의 물이 적당하다 하여, 숙우에서 한 식힘 한 후 다관에 부었다. 물을 부어도 색의 변화가 별로 없다. (차를 알아갈 때는 유리 다관이 좋다. 탕의 색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첫탕을 숙우에 따랐다. 탕색은 검붉은 갈색빛이 살짝 감돈다. 향을 맡아본다. 구수한 녹차향은 없고, 은은한 꽃향기가 풍긴다. 아주 깊은 산속 어딘가 숨어 있는 작은 꽃이 뿜어내는 꽃향기처럼. 찻물의 표면에 하얀 솜털이 떠있다가 가라앉는다. 잘 숙성된 녹차 향이 꽃향기처럼 나는 듯하다. 불순물이 없고 향기도 좋고 깨끗하여 첫탕도 마셔보았다. 찻물 표면에서 꽃향기가 풍겨 나온다. 단맛은 '봉로녹차/입하'의 단맛보다 훨씬 덜 달고 은은하다. 이 백차의 단맛에 비하면 '봉로녹차/입하'의 단맛은 감초 우린 맛처럼 달았다.
여러 번 우려도 탕의 색과 맛의 변화는 별로 없다. 다만 향은 첫탕의 향이 가장 좋다. 몸이 훈훈해지는 정도는 녹차보다 강하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런데 아무래도 구차 인듯하다. 차를 다 우린 후 다관에 남은 찻잎의 향을 맡아보니 묵은 찻잎의 향이 난다. 그것이 차의 맛을 망치진 않았지만 좋은 차향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이 아마 오래되어 너무 건조되어 그런 듯하다. 어쩌면 찻잎을 너무 적게 넣었을 수도 있고, 차를 우리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잘 우러나온다 해도 백차는 전반적으로 맛과 향이 은은하다. 녹차와 백차를 마셔보니, 녹차는 촉촉이 잘 적셔진 상태에서 물만 부으면 바로 맛과 향을 내뿜는다. 그러나 백차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우려야 맛과 향을 은은하게 내어준다. 둘 다 낮은 온도, 80도의 온도가 적당하고, 높은 온도는 차의 맛과 향을 손상시키는 것 같다.
차를 우리고 난 후의 찻잎 관찰
한편, 차를 평가할 때 우리고 난 후 잎의 관찰이 중요하다. 이때 차 잎이 싹인지, 잎인지, 어린잎인지, 큰 잎인지, 줄기가 포함되어 있는지, 누런 잎인지 등등 구별할 수 있고, 묵은 차인지 신차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이 백차의 찻잎의 상태는 좋으나, 신차는 아닌듯하다.
올해의 찻잎으로 만든 차를 신차新茶, 묵은 차를 구차舊茶라 하니, 차를 구입할 때 이것도 살펴보면 좋겠다. 푸젠성의 백호은침이 유명하다 하니, 다음에는 푸젠성의 신차로 구입해 봐야겠다. 그러나 이 차도 나쁜 차는 아닌 듯하여 이 차에 맞는 적당한 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나의 실험정신을 부추기는 차이다. 한편, 처음엔 '봉로녹차/입하'보다 '고산생태 백차'가 더 향기롭고 맛있게 느껴졌는데, 두 번째는 '봉로녹차/입하'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차의 맛은 그때그때 차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겠다. 회사 일에 머리가 복잡한 남편 눈에는 외출에서 돌아온 이쁜 아내의 얼굴이 눈에 안 들어오기도 하듯이.
다음엔 '동방미인' 우롱차를 마셔보며, 녹차, 백차, 우롱차를 비교해 보려 한다.
자료 1, 2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