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속에 얻는 배움의 과정
평일 저녁, 어둠이 내린 서울 거리의 어느 강의실 문을 두드린 나는 여러 번 놀랐다.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 다수가 20~30 대란 점이 첫 번째였다. 또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전하고자 속사포처럼 열변을 토해내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강사와 하나라도 더 건져 가려는 참석자들의 열기가 어우러져 집중력이 어마 무시하다는 점이 두 번째였다. 그게 어느덧 3개월 전 일이다.
그리고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다시 짬을 내어 두 번째 강의를 들었다. 어느 정도 실전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급반이라 그런지 강의 수준도 한층 레벨업 되었고, 강의실의 진지하고 치열한 분위기 역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물론 잠깐 사이에 그저 주린이 수준인 내가 업그레이드가 되었을 리는 만무하고 ‘속성으로라도 따라잡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반, ‘초토화된 현실에서 한 가닥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나머지 반이었다고 하면 중급반 강의 참가의 변이 될까? ^^) 지난 몇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생전 처음으로 주식의 세계에 입문해서 주린이로서 분투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주식시장의 열풍은 ‘동학 개미’, 나아가 ‘서학 개미’라는 함축적인 용어로도 표현될 수 있다. 코로나가 몰고 온 전 세계적인 주가 폭락장에서 이미 주식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던 사람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는 폭락장이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인, 주부, 대학생……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빚투까지 불사하며 너도나도 광란(?)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 중 제대로 줄을 탄 다수는 달콤한 과실을 만끽했다. 물론 이게 대박이 나는 성공 투자의 시작점이 될지 아니면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꽤나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문외한과 다름이 없었다. 소량이나마 주주로서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부끄럽게도 주식의 본질이나 생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주식 투자는 남의 일로만 여겨왔다. 변명 같지만 이는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들었던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내 맘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탓도 크다. 나름 세계 정세나 경제상황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지만, 정작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반성이 든다. 아무튼 우연한 기회에 발을 담그게 되었고, 조금씩 그 실체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첫 입문반 강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주식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개념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또한 유명하다는 블로거들의 주식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어떻게든 내 무지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설명을 들어도 ‘이게 뭔 소린가?’ 싶고, 책에서 보는 이론과 실전에 임했을 때가 어떻게 다를 지에 대한 감도 전혀 오지 않았다. ‘아! 이래서 실전이 중요한 거구나.’ 그래도 첫 번째 강의를 듣고 나니 머릿속을 뿌옇게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었다. 당위성이란 부분에서 조금은 확신이 섰고,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 일단 시작을 해보자!’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내 무대뽀 성정이 십분 발휘되어 무작정 계좌를 트고, 매수를 시작했다. 국내 리그는 생략하고 단박에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그런데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한동안 포트폴리오 구성한답시고 잠시 신나게 숫자 놀음에 빠져 든 순간 시장 전체가 대폭락을 맞이했다.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힌다. 마음먹고 사자마자 다음날 대폭락이라니….. ‘갑자기 왜?’ 솔직이 처음엔 이유도 몰랐고, 브레이크 없이 수직 낙하하는 칼라풀한 막대기와 숫자를 바라보며 잠시 정신이 마비된 느낌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간이 좀 지나서야 현타가 되어 돌아왔다. 원인? 결국 원인은 내가 무지한 탓이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 아직도 상투를 잡았던 몇몇 주식은 존버를 외치며 강제 장투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차마 한국인들의 매수 종목 중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는 아마존과 애플이 그 주인공이란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 않던 무지막지하던 손실 폭이 조금씩이나마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빈사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주 잠깐씩 기회가 왔을 때 손해를 감수하고서 일부 주식을 내던진 탓도 있다. 지금도 가끔 헛발질하고, 후회도 심심찮게 반복하지만 나름 소소한 성공담도 살짝살짝 끼워 넣으며 치열하게 경험치를 높여가는 중이다. 언젠가 내 계좌도 올~ 마이너스에서 올~!!! 플러스로 바뀌는 마법 같은 시간이 오겠지?
짧디 짧은 주린이 경력이지만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얻은 성과도 꽤 있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넓어졌다.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외환, 선물, 원자재, 주식, 채권 등 다양한 분야를 엿보면서, 국내외 경제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미약하게나마 생겼다. 또한 세계 경제와 정치의 역학관계도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더불어 현재 가장 핫~! 하거나 미래를 선도할 유망 산업분야와 시대의 흐름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트렌드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힘과 지식들이 회사 생활과 나 자신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짧지만 나름 시작부터 강렬했던 주린이 경험은 상당한 자극과 가르침을 주었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으면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겠지만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다. 운빨로 한두 번 환호할 수는 있어도 깊이가 없다면 지속적인 성공은 담보되지 않는다. 또한 여러 대가들이 지나갔던 발자취를 살펴, 나에게 알맞은 철학과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벤자민 그레이엄, 앙드레 코스톨라니, 레오달리오, 피터 린치, 웨렌 버핏과 같은 투자 대가들의 책을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평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천착하는 주제인 다종다양한 ‘힘’의 존재가 여기서도 곳곳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 힘들을 찾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보고자 고군분투하였으나 이게 또 엄청난 일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식분야에 문외한과 다름없던 사람이 아니던가?
한동안 브런치 글쓰기가 멈춰 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앞 단의 글을 써둔 건 꽤 오래전이다. 처음엔 초급반 소감과 악몽 같던 첫 폭락 경험이 소재였는데, 중급반을 거치면서 조금씩 느낌이 강해졌고, 여러 책과 실전을 접하면서 ‘힘'에 대한 나름의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내 수준으로는 도대체 그 깊이와 범위를 알 도리가 없어 헤매기를 수개월. 이러다간 영원히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냥 이쯤에서 첫 번째 글을 먼저 올리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음 편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다....
다음 편 이자 이 글의 속편 격인 '주린이 성장 분투기'에는 '주린이가 전문 투자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힘이 필요할까?'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를 전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