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성장 분투기 8 - 전문 투자자란 어떤 힘의 소유자일까?
“주식 시장, 정말 어렵다.” 주린이에겐 '언제나'지만 특히 '요즘' 들어 부쩍 중얼거리게 되는 문구다. 누구나 이익을 내는 불장에서는 주식 시장이 만만해 보인다. 거짓말 좀 보태서 그까짓 꺼 아무거나 대충 눈감고 찍어도 플러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까지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활활 타오르는 주식시장에서 어지간해서는 마이너스가 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치 자신이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내 모습이 딱 이랬다. 온통 시퍼렇게 시작했다 1년만에 어렵사리 붉은빛으로 물들여 낸 계좌 덕분에 자신감이 살짝 오르던 차였다.
그런데 최근 여기저기서 곡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테이퍼링,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 어디선가 들어 보기는 한 것 같은데 현실로 잘 와 닿지 않았던 이슈들이 연이어 무대 위로 등장한 탓이다. 여기에 미국의 부채한도 문제에다 중국의 헝다 사태, 미중 갈등, 에너지 수급 힘겨루기와 가격 급등, 그리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 이슈 등 수많은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증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간만에 큰 조정장을 맞이했다. 원래 이시기는 연중 가장 변동성이 심하다는 악명 높은 구간 중 하나다. 거기에 여러 악재와 이슈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그 위력은 배가되었다. 작년 주식시장, 대폭락과 함께 시작했던 9월 입문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번에는 일찌감치 현금 비중에 신경을 썼었다. 첫 조정이 왔을 때 줍줍 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 여기고 그동안 째려보던 몇 종목을 과감하게 질렀다. 아뿔싸! 그런데 1층이 끝이 아니었다. 지하실이 또 있더라. 지하 1층, 지하 2층...... 단 몇 일만에 계좌 절반 색깔이 푸르러지니 본격적인 가을 단풍시즌이 왔나 싶을 정도다. '웁스~! 도대체 바닥이 어디란 말인가?' 한번 움찔하고 나니 손이 쉽사리 나가질 않는다. 흔히 얘기하는 야수의 심장이 필요한 때인가? “주식 시장, 정말 어렵다.”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데서 위험이 생긴다.”
- 워런 버핏
이런 시기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일까? 바로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사전적 의미의 통찰력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통찰의 범위는 실로 넓고 깊다.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 시장이나 내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통찰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스톨라니는 돈과 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주식 시장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크고 작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하고 또 살 수 있으면 시세는 상승한다. 그들은 금융 상황과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려고 하고, 또 그들의 주머니와 금고에 충분한 유동자금이 있으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강세장의 비밀이다. 똑같은 메커니즘이 반대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여론이 비관적이고, 전망이 불투명하고, 부동산이나 높은 이자의 은행 예금과 채권에 투자하느라 금고에 여유 자본이 없으면 주가는 떨어진다.’
아무리 합리적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해도 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소위 ‘모멘텀 투자'라고 불리는 기술적 매매로 인해, 1990년대 첨단 기술주들이 ‘미식축구공’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만약 장기투자가 목적이라면 단기 시황 변동은 무시할 필요가 있다. 즉, 설령 내 주식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너무 성급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인플레이션 비율, 즉 물가상승률보다 주식의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주식이 아니라면 꾹 참고 기다리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믿어보는 것이 어떨까?
3000만 원의 시드머니로 156억을 만들어낸 강방천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이 말하는 주식 성공 비결도 바로 ‘통찰력’이다. 그는 한국에서 IMF 구제 금융 사태가 터졌을 때 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은 비법을 찾아 다닌다. 소문, 정보. 저는 지갑이 어디에 열리는지 주목한다. 많은 사람들은 주가에 주목하는데 출발지는 소비다. 지갑만 관찰하면 오류 없이 맞힌다."
강회장은 타인이 전한 소문에 넘어가지 말고,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보고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또 인기 있는 주식이 아닌 좋은 주식을 사라고 했다. 비쌀 때보다 쌀 때 살 것, 좋은 것이라면 오래 함께할 것, 분산 투자할 것, 될 수 있으면 애초에 팔지 않을 주식들을 사라고 말했다.
또한 워런 버핏은 시장과 내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통찰력을 언급했다. ‘투자의 성공은 당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모르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므로 ‘당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그 범위가 얼마나 넓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한도를 얼마나 잘 정의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또한 투자를 할 때는 사업가의 안목으로 전체적인 시각에서 기업을 바라보며 경영진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기업의 재무 상태, 기업의 매수 가격 등을 빠짐없이 점검하라고 말한다. 적어도 내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석을 통해 속속들이 꿰뚫는 혜안을 가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솔직이 여기까지만 해도 한없이 벅차고 벅찬 일이다. 과연 내가 그럴 깜냥이 될까?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주식 시장 자체와 경영자, 주주, 투자자, 고객과 같은 주식 시장 참가자들에 대한 통찰을 넘어, 인간의 심리, 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까지 등장한다.
‘인간 판단 및 의사 결정과 관련하여 심리학 연구를 통해서 얻은 통찰력을 경제학과 통합시켰다’는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감정이 이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공포와 탐욕이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주가를 움직이게 한다’고 했다. 이는 투자자인 인간의 감정이 기업의 경제적 지표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주식을 내던지거나 사들이는 건 모두 인간의 감정이 깊숙하게 개입한 때문이다. 두려움과 욕망이 판단을 흐릴 때는 잠시 시장을 멀리하라는 고수들의 조언을 기억하자. 걱정 붙들어매시라. 시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팬데믹 상황은 인간의 삶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면대면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대면 문화 시대를 주도할 4차 산업 선두주자들이 급부상했다. 언젠가 다가올 먼미래의 가능성 있는 산업과 기업에서, 이제는 내 눈앞에서 펼쳐질 근미래의 주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전기차,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케어……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물론 우리가 투자에 나설 때 이 모든 요소를 다 감안하기는 어렵다. 그럴 깜냥도 되지 못하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개인이 이 모든 요소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겠는가? 투자자라면 누구나 노리는 저가 매수와 고가 매도라는 지상과제, 처분효과와 왜도현상의 허상, 평균회귀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실, 이 처절한 전투에서 승자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을 통한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 나에게 필요한 핵심만을 집어낼 수 있는 능력, 비록 부족하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자금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투자의 세계에서는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할 때 더 나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고수들의 조언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PS) 1년전 주식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주린이로서 좌충우돌하며 깨지기도 많이 했고, 고통을 통한 배움도 적지 않은 지난 1년이 아니었나 싶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겁도 없이 주린이 성장분투기를 연재하며 ‘내가 과연?’ 이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참으로 가소롭고 치기 어린 행동은 아니었나 싶어 걱정도 많았다. 일단 일을 벌여 놓고 보는 나의 무대뽀 성정이 이끈 고난의 길이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일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겨우 한 바퀴를 돈 느낌이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이제 1Km정도 뛴 셈일까?) 중간에 멈춤의 시간도 있었고, 애초 출발할 때의 계획과는 달라진 부분도 많다. 그래도 나름 이론과 실전에서 치열하게 보낸 시간과 경험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더없이 소중한 기록이다. 앞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위해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투자자의 길을 가볼 생각이다. 또한 개인적인 기록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나의 주린이 성장분투기 기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진심으로 구독자와 투자자 여러분의 성투를 빈다.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