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

주린이 성장 분투기 7 - 전문 투자자란 어떤 힘의 소유자일까?

by 달공원

“나 이래 보여도 왕년에 철인 대회 한번 나가 보겠다고 땀 좀 흘린 사람이야~”

“야, 그게 뭔 X소리야~!”

“한밤중에 잠 안 자고 미국 주식하려면 체력이 따라 줘야 한다, 이 말이지~ㅎㅎㅎ”

“어이구 이 인간아~!"


코로나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오래간만에 오랜 친구와 가볍게 술 한잔 나누는 자리다. 이 친구의 직업은 회계사로 주식 투자 경력만도 십 수년인 은둔? 고수다. 물론 투자 금액 단위도 어마 무시하다. 쌈짓돈으로 소소하게 판을 벌이고 있는 나와는 감히 비교 불가다. 그런데 이 친구, 묘하게도 미국 주식은 하지 않는다. 그런 고수를 앉혀놓고 이 바닥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파란 주린이가 서학 개미 경험담을 주절대고 있다. “엔비디어가 어쩌고 저쩌고, 로블록스가 이렇고 저렇고……” 내가 생각해도 코미디가 따로 없다. 마치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는 격이랄까?




며칠 전 경제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내 눈을 끌었다. 개미 변천사다.

기사의 시작은 이렇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외 주식 투자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프라이빗 뱅커 (PB)를 통해 정보를 얻어 알음알음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 ‘박스피(박스권+코스피지수)’가 계기가 됐다.”
(중략)


처음 일본으로 향했던 해외 주식 투자는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2017년. 마침내 미국 투자 잔액은 홍콩과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확산은 그 도도한 불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안전자산이라는 달러로 투자를 하는 데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우량 성장주식들이 차고 넘치는 미국 시장이 아니던가? 게다가 기축통화를 갖고 있어 절대 망할 일이 없다는 초강대국이다. 안정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을 갖춘 것이다.


기존 투자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의 핵심 축으로 등장한 2030 세대는 고수익을 찾아 공격적으로 해외투자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FAANG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나 전기자동차 대장주인 테슬라와 같은 혁신 기업에 열광했고, 밈주식 투자에도 거침이 없었다. 우리 모두가 너무도 잘 아는 얘기다.


그런데...... 다 좋은데……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난관이 하나 존재한다. 그건 시장이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이다. 즉, 미국장이 열리는 시간이 한국시간으로 밤 10시 30분이다. (심지어 서머타임 때는 11시 30분이다) 장이 마감하는 시간은 아침 6시.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에야 올빼미처럼 낮밤을 바꿔 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대한민국의 투자자들은 이런 시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이 열리기도 전에 미리 주문을 넣는 이, 초반 분위기를 지켜보다 매수를 걸어 놓고 잠자리에 드는 이, 밤 12시에서 4시 사이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이, 4~6시 사이의 새벽 시간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이 등등. 10인 10색이 따로 없다. 2021년 해외주식 밤샘 주문건수가 264만 2719건에 달한다는 집계 숫자를 보며 새삼 대한민국의 저력을 실감하게 된다.


나 역시 낮에는 회사에서 종일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또 일하는 생활을 수개월간 했었다. 주린이 시절 초기, 투자 공부와 실전을 병행하면서 매일 밤마다 치열하게 주식창을 째려보던 시기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타이밍을 잡아 보겠다고 밤을 꼬박 새기도 여러 번. 그런데 내 의도와는 달리 피곤이 가중되면서 집중력은 떨어지고, 판단력마저 흐려져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 마침내 번아웃이 왔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천하장사도 쏟아지는 잠 앞에서는 별도리가 없는 법이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건만 막상 시간이 지나서 보니 손에 든 결과는 낙제점에 가까웠고, 애꿎은 건강만 해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딴에는 체력만은 한번 해볼 만하다고 자신만만했었는데 단 몇 달 만에 여지없이 밑천이 들어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살다간 병원비가 더 들고, 주식보다 내가 먼저 상장 폐지될 것 같았다. 개과천선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직접적인 계기다. 그렇게 내려놓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결과?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숫자는 비슷한데, 앞에 붙어 있는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바뀐 정도랄까? ^^;;


요즘은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 평소 관심 있던 주식들의 현재 상황 파악이 먼저다. 안전마진 확보를 위해 고점 대비 하락률을 파악하는 과정도 빠지지 않는다. 분야, 종목이 정해지면 개략적인 매수 수량과 목표가를 미리 설정해놓고 시장이 열리면 잠시 분위기를 본다. 아니다 싶으면 일찌감치 컴퓨터를 끄고, 혹시 가능성이 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적정 매수선을 걸어 놓고는 꿈나라로 간다. 되면 좋고, 안되도 어쩔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긋는다. 복불복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또는 이런저런 사건, 사고, 핑계로 주가가 많이 빠진 대형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부터는 추격매수는 절대 하지 말자는 쪽으로 내 스타일을 잡았다. ‘조금 먹더라도 안전하고 길게 가자’가 속 편한 투자를 추구하는 내 모토인 셈이다.



주식시장은 순간의 판단으로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와 같다. 책이나 유튜브 등으로 알려진 투자 전문가들이 체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밤낮없이 벌어지는 쩐의 전투에서 최상의 판단력과 집중력, 그리고 순발력을 장시간 유지하고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주식 투자를 논하지 않더라도 체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체력이 받쳐줘야 정신력도 제대로된 힘을 쓸 수 있다. "주식 투자에 뛰어들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정신적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는 코스톨라니의 가르침이나 "투자에 다른 활동보다 더 높은 IQ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감정 조절은 필요합니다."라고 한 워런 버핏의 말처럼 투자에 있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이 분명해 보인다.


코스톨라니는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주식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시로 닥쳐오는 변동장세나 패닉 장세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육체적, 정신적 근육을 키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이 과연 무엇일까?

금리? 변동성? 인플레이션? 실적? 탐욕? 수익률? 공포? 투기? 무지? .... 뭐지? .....


“투자자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벤저민 그레이엄 Benjamin Graham


오랫동안 이 시장에 머물러 있고 싶다면 투자자가 꼭 가슴에 새겨야 할 문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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