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팔지 않는 기술이다

주린이 성장 분투기 6 - 전문 투자자란 어떤 힘의 소유자일까?

by 달공원

“미안해. 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이제 너를 그만 떠나보낼 시간이 된 것 같아.”

그런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률이 들려오는 것 같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그런데 과연 우리가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을까?


난 그제, 그리고 어제 연이어 그동안 애지중지했지만 한편으로는 애물단지 같았던 B주식을 훌훌 떠나보냈다. 현금 비율을 높이고, 이 참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겠다는 게 내가 내세운 작별의 변이었다. 이별한 주식이 더 올라갈지, 아니면 다시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첫 매수 이후 장투를 외치며 거의 20개월 가까이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있던 주식을 적지 않은 손해를 무릅쓰고 떠나보내자니 마음 한구석이 너무도 쓰라렸다.


물론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주린이로 아직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엔 하염없는 기다림에 지쳐 내친 A주식이 순식간에 급상승하더니 이젠 감히 바라보기도 힘든 가치를 자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솔직이 많이 허탈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는 이미 내 품을 떠나 나보다 훨씬 잘 난 놈 만나 대접받으며 살고 있는 것을. 그녀의 가치를 몰라보고 끝까지 기다려 주지 못한 나의 책임이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주식창 맨 위칸에 A 이름을 올려놓고 와신상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저질렀다. 물론 나의 이번 판단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받아 들던 후회는 말자고 다짐하고 있지만 찝찝함이 배어 나오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어쩌면 흑역사로 내 주식창 맨 위칸에 또 하나의 이름이 새겨질지도 모르겠다.




행동경제학에 ‘사람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심리'가 있다. 일명 ‘소유 효과’다. 한번 내 수중에 들어온 주식은 내 것이라는 감정적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 때문에 떨어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고점으로 복귀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번민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그러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야 미련을 내려놓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처음 살 때 저렴한 가격에 잘 사야 한다’고 그렇게 누누이 강조하나 보다. 매수 단가가 낮으면 이런저런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어지간한 출렁임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경계선에 걸쳐 서서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깔딱거리는 숨을 못 참고 “이제 그만~!”을 외치게 된다. 이를 전문용어로 ‘개미 털기’라고 하더라. 솔직이 나도 적잖이 털렸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그렇게 내던진 얼마 후 상승곡선을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개미들이 다 털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상승장에 들어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주식시장이 사람들의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종목으로 옮겨 타기라도 잘했다면 잃어버린 손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도 있겠지만 뭐 이 또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어차피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Stock market is a device for transferring money from the impatient to the patient.”
"주식 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이동시키는 도구다.” -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장투, 단타, 존버, 손절, 익절, 물타기……

주식하는 사람들의 투자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이 바닥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 강사의 가르침으로 가슴에 새겼던 자세가 바로 장투였다. 그런데 말이 쉽지,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 포지션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직접 경험해보면 안다. 소액이거나 기억상실증으로 잊어버린 게 아니라면 장투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격하게 출렁이는 주가 변동을 몇 차례 겪고 나면 멘털이 탈탈 털리기 일쑤다.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다른 이들의 주식은 상한가로 쌩쌩 달리는데 내 것만 장시간 바닥을 기고 있으면 단단했던 마음이 돌아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게다가 시간도 기회비용이라고 하지 않던가? 해당 회사나 제품, 사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믿음이 없다면 인내심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매매 타이밍을 잡는 기준을 나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오죽하면 한국인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한 달 남짓이라고 했을까? 로또도 아닌데, 기업 환경에서 한 달 만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주식은 팔지 않는 기술이다.’ Act of not selling.


인내력

투자 대가들이 가진 공통적인 덕목에 인내력이 있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인내는 투자의 결정적인 요소지만 이를 갖춘 투자자는 드물다.’라는 구절을 그의 저서 ‘역발상 투자’에 적었다. 랄프 웬저는 “주식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보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2.5~3년 정도가 적절한 기간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가치투자의 대가였던 존 템플턴은 심지어 6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6년이라... 하.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다간 내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기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의 몫이지만 가능한 자신이 정한 투자 원칙과 기간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가가 계속해서 우상향 한다면야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장기간 횡보를 거듭하기도 하고, 심지어 수익률이 급락하여 마이너스에서 헤매는 구간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때마다 팔고 사기를 반복한다면 종국에는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좋은 주식은 주가가 오르고 나쁜 주식은 주가가 내린다는 생각은 지극히 원론적이다. 단순하면서도 참 쉽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가치가 반영되고 이익이 실현되기까지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IPO에 새로 등장한 신생기업의 경우, 설령 시가총액도 크고 전도유망한 미래가치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수년간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또 잘 나가는 주식도 마냥 천정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다. 꿀렁꿀렁 거리며 오르다 가도 한 번씩 조정이나 폭락장이 연출되기도 한다. 자칫 타이밍을 잘못 잡아 꼭지를 잡은 경우라면 한동안 가슴앓이를 각오해야 한다. 나의 첫 주식은 아마존이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달콤함을 느낄 틈도 없이 최고점에 물렸다. 그 덕분에 반년이 훌쩍 넘게 정글에서 엄청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나의 인내에 한계가 왔을 때쯤, 큰 손해를 감수하고 손절하고서는 그동안 째려보고 있던 다른 주식으로 갈아탔다.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 않아 손해를 만회하게 되었지만 첫사랑의 아픈 기억은 잊지 않고 있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말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을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 계기다. 각종 변수들이 주가에 선 반영되는 투자의 세계에서 자칫 잘못하면 매번 남 뒤꽁무니만 좇아 다니다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고수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신의 깜냥을 아는 것’이 최우선 항목인 것 같다. 각자 수준에 맞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스타일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짧은 주린이 경험이지만 이것저것 시도하며 겪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후에서야 나름의 기준이 조금씩 다져지고 있는 중이다. 솔직이 처음엔 고수들의 가르침에 전혀 내 마음에 와닿질 않았다. 실전에서 여러 번 쥐어 터지고 쓴맛, 매운맛을 제대로 보면서 그나마 여기까지 간신히 버텨온 셈이다. 나도 안다.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인 것을.


내가 세운 주린이 투자 기준은 성장하고 있는 위대한 기업들에 적절하게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나마 좀 아는 산업분야의 1등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가능한 5개 (Max. 10개) 종목을 넘기지 않는 게 1차 목표다. 좋은 주식, 좋은 펀드, 좋은 EFT를 샀다면 이제부터 할 일은 한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수면제를 먹고 푹 잠이 들어 몇 년 동안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듣거나 보지 말아야 한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온통 시퍼렇던 주식창이 차츰 붉게 변하고, 나아가 몇 개 종목이 드문드문 큰 수익을 내어주는 기적을 맛보려면 기다림의 힘을 믿을 필요가 있다. 이기는 투자, 잃지 않는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 벌더라도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성공투자를 위해서 어느 전문 투자자가 말한 아래 문구를 꼭!! 기억해보면 어떨까

‘돈이 많아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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