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불문율처럼 통하는 말이다. 특히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선수에게 연봉은 자존심이자 평가 가치다. 흔히 우리는 이를 몸값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즌이 끝나면 영입과 방출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그렇게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고 나면 팀의 면면이 바뀌어 있기 일쑤다. 떠나는 이와 남는 이. 구구절절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구석에 켜켜이 쌓인다. 비싼 이적료를 챙기며 자의로 팀을 옮기는 이도 있지만 다른 선수와 맞트레이드 되어 하루 아침에 유니폼을 바꿔 입기도 한다. 그나마 어디라도 뛸 자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불러 주는 이가 없어 유니폼을 벗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 그 자체다. 오직 실력 있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체 불가 내지 내세울만한 나만의 특화된 이유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존재가치가 있다. 이러니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는 어떨까? 따지고 보면 이 역시 프로의 세계다. 물론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도 어렵고,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허나 기본 컨셉은 동일하다. 즉, ‘잘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와 대우를 받고, 못하는 사람은 그 반대다’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일잘러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어딜 가도 환영받는다.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프로일잘러들은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그중 생각나는 몇 가지를 적어 보았다.
프로일잘러들의 특징
1. 업무처리가 똑 부러진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맡은 일 처리 하나는 완벽하다. 종종 기대이상의 성과로 동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2. 문제를 찾아내고 풀어내는 해결사 역할에 능하다. 해결사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의 맥락을 짚어낼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을 겸비해야 가능하다.
3. 조화롭게 일할 줄 안다. 조직에서의 일이란 대부분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잘러들은 자신의 일뿐 아니라 앞뒤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주는 법을 안다.
4. 책임감과 희생정신으로 솔선수범할 줄 안다. 동료나 후배 직원들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지도한다. 또한 자신의 잘못이 아닌 손해를 감수하거나 피해도 용납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장착하고 있다.
5. 자신의 직책이나 직무보다 높은 시야를 가지려 노력한다. 상사의 고민을 덜어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선임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행동하는 모습은 자신의 미래 모습이다.
6. 멀리 볼 줄 알고, 미리 대비할 줄 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시 자신을 개발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7. 조직과 자신의 비전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결국 조직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맡는 것은 일잘러 본인의 역량과 마음가짐, 태도에 달렸다.
아마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프로일잘러의 특징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는 ‘대우하는 만큼 일하겠다’ VS. ‘일한 만큼 대우하겠다’가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또 일 잘하는 일잘러에게 더 많이 일이 몰리는 문제도 이슈가 된다.
꽤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 보았다. 하지만 딱히 프로일잘러라 여겨지는 사람은 별로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도 그건 프로일잘러가 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이제 곧 연봉협상의 시간이다. 각각의 조직과 개인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아무런 잡음 없이 공정하게 평가를 진행하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매년 평가에 불만을 표시하는 임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있다. 아무쪼록 올해 평가 과정은 순조롭게 흘러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