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재미있는 속담이나 격언이 참 많습니다. 이런 속담이나 격언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면 대화의 수준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머릿속 이해도를 쑥쑥 높여주는 법이지요. 오늘은 그 속담 중에 하나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마 뱁새라는 새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 오목눈이’라고도 불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텃새란 철새와는 달리 일년 내내 한 곳에서 사는 조류를 말합니다. 뱁새는 주로 한반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분포되어 사니까 대한민국에 거주한다면 토종새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몸길이가 11에서 12.5cm 정도에 불과하고, 몸무게도 약 10g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그런데 이 뱁새가 등장하는 아주 유명한 속담이 있지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내딛는 ‘황새걸음’으로 대변되는 롱다리 황새와 숏다리 뱁새의 대조적인 외형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단지 겉모습과 능력치만 놓고 보면 둘은 비교대상으로 입에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능력이나 지위에 맞지 않는, 분에 넘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뱁새에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즉,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은 자신의 분수를 깨닫지 못하고 무턱대고 남을 따라 하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사업, 주식투자, 부동산, 소비활동이나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 등등 수많은 상황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결론을 내려 버리면 뱁새 입장이 너무 불쌍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렇다면 애초부터 뱁새는 감히 황새와 경쟁하면 안 되는 건가요? 또 뱁새는 절대로 황새를 이길 수 없다는 건가요?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가 제 생각입니다. 다만 뱁새가 황새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겠지요. 이 글의 핵심은 ‘뱁새가 황새를 이기는 방법’입니다.
뱁새와 황새는 일단 기본부터가 다릅니다. 애초부터 가진게 적은 뱁새가 황새와 정면승부로 맞짱을 뜨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요. 인정할 건 깔끔하게 인정합시다. 따라서 뱁새 입장에서는 먼저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황새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즉, 이는 자신의 주종목에서만큼은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뱁새는 짧디 짧은 숏다리지만 닭처럼 걷고 타조처럼 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뛰는 게 나는 것만큼 빠를 수도 있지요.물론 여기서는 환경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시야가 확트인 초원이냐 아니면 삼림이 우거진 관목지대 또는 덤불이냐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그러니 지형지물도 잘 활용해야 합니다.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하나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꿀리지 않는 뱁새가 아니던가요?
다시 말해서, 황새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뱁새의 최고의 강점인 ‘빠른 속도로 뛰기’와 ‘지구력’을 앞세울 수 있다면 분명 뱁새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상존합니다. 그래서 성큼성큼 걷는 거대한 황새 옆에 새빠지게 뛰는 조막만한 뱁새가 감히~! 함께 언급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조건이 유리하다 해도 매번 황새가 실수하거나 중도 포기하기를 바랄 수도, 또 매번 뱁새가 전력을 다해 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니 죽을똥 살똥 달려야 할 때와 잠시 물러서서 기다릴 때를 현명하게 판단해서 행동하는 지혜도 겸비해야 하겠지요.
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골리앗은 황새와 같은 족속이고, 다윗과 뱁새가 한편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성경에 등장하는 대장군 골리앗은 갑옷과 창, 칼과 방패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싸움판에 등장합니다. 이에 맞서는 양치기 소년 다윗은 비무장에다 가진 것이라고는 짱돌 몇 개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막상 대결이 시작되자 골리앗은 다윗이 던진 돌을 이마 중앙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절명합니다.
이처럼 뱁새와 다윗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교훈을 전해줍니다.
뱁새는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기 위해 평소에 무수히 달리며 다리 힘과 지구력을 길렀을 것입니다. 또, 다윗 역시 시간이 날때마다 양을 노리는 늑대를 물리치기 위해 끊임없이 돌팔매질 연습에 몰두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뱁새는 절대 우세하다는 황새와 가끔씩 대등하거나 우세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윗은 방심한 골리앗을 한방에 보내 버릴 수 있었던 것이고요. 따라서 평소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비즈니스는 매일매일이 전쟁터입니다. 우리 역시 이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과 지혜를 키워 변화무쌍한 전략을 갖고 나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뱁새들이여~!
결코 찢어지지 않는 질기고 유연한 뱁새의 가랑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오늘도 함 달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