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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마에서 배운 협상의 기술

by 달공원

주말 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진 대기업,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M&A 팀의 활약이 스토리의 중심이다.


다종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라면 흔히 그러하듯, 회장 아래에는 크게 두 개의 라인이 존재한다. 계열사 임원들은 전략기획팀 전무라인과 대외협력팀 상무라인에 줄을 서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인다. 모두 자신의 밥그릇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자금을 빌려준 외국계 펀드는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고 있고, M&A 주관사, 언론, 그리고 M&A 팀장의 가족 이야기까지… 뭐랄까, 한 편의 기업 대서사가 한바탕 펼쳐진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2024.6)에서 언급했던 ‘자금경색’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 몸에 피가 돌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오듯, 기업에 돈이 돌지 않으면 자금경색, 즉 돈맥경화가 온다.”

그렇다. 혈액순환이 안 되면 심근경색으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듯, 기업도 신용경색이 오면 그야말로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이다.


드라마 속 기업도 그랬다. 부도위기에 몰린 이 대기업은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돈이 될만한 새 사업체를 인수하고, 심지어 가능성이 있다 싶은 사업은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동성 위기를 넘기려 발버둥을 친다.


그런데 내가 이 드라마를 특별히 재미있게 본 이유는 '협상'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협상을 한다. 회사 안에서도, 외부 고객이나 파트너와도, 심지어 집에서도 협상을 한다. 예를 들면,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 테니까, 당신은 내일 청소를 해줘." 뭐 이런 것도 협상이고, 또 마트나 시장에서 가격을 깎는 것도 협상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세상에 탄생한 나란 존재도 나의 부모님들이 벌인 협상의 산물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 특히 주인공은 협상에 임할 때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상대방에게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감정싸움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 싸움을 펼친다. 어떤 때는 말을 통해 협상을 이끌고, 어떤 때는 정확한 데이터와 숫자로 상대를 설득한다. 그런데, 이게 혼자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 팀워크가 핵심이다.


법률 담당 변호사, 숫자에 강한 재무팀 과장, 그리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고 실수 투성이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MZ 인턴까지. 각자 자기 역할이 분명한 한 팀으로 움직인다. (참고로, 이 인턴은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듯한 인물인데…글쎄? 아무튼 마지막 회를 보면 다음 시즌이 반드시 나올 것 같다. 기대가 된다 ^^)


드라마를 보며 협상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걸 얻되, 상대방도 최소한 손해 보지 않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상대가 ‘졌다’ 또는 ‘손해를 봤다’라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 협상은 오래가기가 어렵다"

는 사실 말이다.


보통 협상에서는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바로 정보, 힘, 시간이다.


첫째, 정보란 내가 뭘 알고 있는지, 상대가 뭘 모르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호구가 되지 않는 법이기도 하다.


둘째, 힘은 내가 가진 카드가 뭔지를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빠지면 상대가 곤란한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셋째, 시간이다. 누가 더 여유 있는가?

이것 또한 무시 못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실제 협상에서는 몇 가지 전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항상 대안을 준비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다른 투자자, 공급처, 고객 등 선택지가 많을수록 내가 유리해진다.


말을 아끼는 것도 일종의 전술이다. 너무 빨리 내 카드를 까보이면 안된다.


숫자나 조건은 먼저 제시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이를 앵커링 효과(Anchoring)라고 한다. 일명 ‘후려치기’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중요한 건, Give & Take 전략. 사소한 걸 양보하고 진짜 중요한 걸 얻어내는 방식이다.


결국 협상은 '사전 준비가 80%, 협상 테이블 위에서 이뤄지는 건 20%' 다.

준비를 잘한 쪽이 협상에서 이길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조직도 협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서 간 협업이나 거래처와의 조건 협의, 프로젝트 리소스 조정 등등, 매일매일이 협상의 연속이다.


'이기려고만 하지 않고, 같이 잘되자'는 마인드,

그리고 '준비된 정보력',

이 두 가지만 있어도 협상의 판은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올 수 있다.


지난 주말엔 날씨가 참 변화무쌍했다. 해가 떴다 비가 오고, 돌풍이 불더니, 갑자기 눈과 우박까지…
마치 요즘 우리가 사는 조직과 사회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변화가 많고 예측은 어렵지만, 준비된 사람은 항상 흔들림이 적다는 거,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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