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의 늪에서 탈출하자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자리에 앉아 컴퓨터 켜고 메일함을 딱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오늘 '노답'이네… 이런 생각이 드는 날.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끝난 기분. 메일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그런 날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노답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요즘 프로야구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 세 나라 모두 코리안시리즈, 재팬시리즈, 월드시리즈란 이름아래 두 팀이 치열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주말에 야구 경기를 보다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스위트 스팟'
'야구배트의 한가운데 있는, 딱 맞으면 손에 진동의 느낌도 없이 공이 날아가는 지점'이다.
사실 야구뿐만 아니라 골프, 배드민턴, 테니스 등 스위트 스팟은 어디에나 있다. 스위트 스팟에 맞으면 힘을 세게 주지 않아도, 공이 ‘쭉쭉~~~ 뻗으면서 날아간다. 그런데 조금만 어긋나면 손에 진동이 전해져 오고… 공은 십중팔구 내야 땅볼이 되기 일쑤다.
'야구 배트에도 있고, 다른 운동에도 있듯, 우리 인생과 일에도 스위트 스팟이 존재한다.
‘더 세게 친다고’ 멀리 가는 게 아니라 ‘힘을 딱 맞는 곳에 쓸 때’ 멀리, 제대로 날아가게 만드는 곳. 그게 바로… 우리의 ‘스위트 스팟’이다. 즉, 스위트 스팟은 ‘더 세게’ 치는 곳이 아니라, ‘가장 리듬이 좋은 곳’라 할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가끔 번아웃이 오는 건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해서’이다. 일을 할 때는 제대로 집중해서 일을 하고, 쉴 땐 또 제대로 쉬어져야 하는데, 말처럼 그게 쉽지 않다.
MZ세대가 쓰는 말 중에 ‘노답.’이 있다. 이는 ‘답이 없다’는 뜻인데,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생각해 보면 답답함과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부분도 일견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답이 없을 땐… 질문이 틀린 거다.’라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왜 나만 이렇게 피곤하지?’ 대신에 ‘나는 언제 제일 에너지가 넘치지?’
또 ‘왜 이 일은 재미가 없을까?’ 대신에 ‘이 일을 재미있게 하려면 뭘 바꿔야 하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처럼 질문을 바꾸는 순간, 노답의 늪에서 빠져나올 빈틈이 생긴다. 있다. 작은 질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의 리듬을 완전히 바꾸어 주는 키가 될 수도 있다.
스위트 스팟을 잘 맞추는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그들은 자기 실력을 믿는다. 그런데 그 믿음은 성적표가 아니라, ‘인정’에서 온다. 이건 어디서나 똑같다. 아무리 잘해도, 아무도 몰라주면 힘이 빠지는 법이다.
그런데 상사가, 아니면 동료 한 명이 ‘그거 진짜 도움 됐어요.’ ‘야, 그거 정말 좋던데, 잘했어.’ 이렇게 말 한마디 해 주면…… 이상하게 다음날 출근길이 가벼워진다. 그게 바로, ‘인정의 힘’이다.
야구 배트의 스위트 스팟이 진동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듯, 우리 일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억지로 힘주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결과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순간. 그게 바로… 우리의 ‘스위트 스팟’이다.
그걸 찾으려면, 너무 열심히만 할 것이 아니라, 질문도 살짝 바꿔보고, 서로를 인정해 주면 된다.
자, 이제 각자 오늘 하루의 스위트 스팟을 찾아보자.
힘 빼고, 웃으면서, 가볍게. 그게 제일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