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글쓰기가 힘에 부친다.
특히 올해 연재를 목표로 준비하던 ‘힘의 심리학’은 수십일째 멈춰 있다.
정확히 말하면,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최종 단계 앞에서 멈춰 세워두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연말연시라는 시간 위에서,
큰 방향과 세부 전략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회사에서의 역할,
최소화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이런저런 모임들,
의욕만으로 벌여 놓은 일들과 가정과 투자에까지 힘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겹쳤다.
지친 몸과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부족한 잠, 입맛을 잃은 음식, 온갖 비타민으로
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심신이 과부하 상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는 내가 ‘힘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때’이기도 하다.
나는 예전보다 덜 쓰지만,
그 대신 매일 힘이 어떻게 소모되는지를 본다.
의지로 버티는 힘,
책임 때문에 유지되는 힘,
사람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쓰는 힘.
그래서 지금의 나는
‘힘을 키우는 사람’이라기보다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설계를 다시 보는 사람’에 가깝다.
아직 이걸 이론으로 정리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힘은 늘 더 쓰는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라,
소모의 구조를 이해한 사람에게 남는다.
이 글은 완성된 이론이 아니다.
힘이 사라지는 구조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에 가깝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완성도를 이유로 멈춰 서는 대신
일단 시작해 놓고 보기로 했다.
두려움을 밀어내지 않은 채,
그 얼굴을 마주한 상태로
아주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지금의 나에게
그 정도의 강제성과 무대뽀는
무모함이 아니라 필요한 선택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절실했던
내면의 힘,
첫 번째 힘인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