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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Dec 23. 2015

음양오행 소통법

토(土)공의 비기는 조화력이다

형님, 천기누설을 아십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 유난히 무덥던 어느 여름날 내가 들었던 질문이다.


당시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주말이면 맨하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빌리지(village)라는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뉴욕의 명물인 소호(SOHO)와 차이나타운(CHINATOWN)과 인접한 빌리지는 뉴욕관광 필수 코스에 드는 명소다. 주로 술과 음악을 즐기는 바나 카페,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으로 늦은 밤 더 많은 인파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기도 했다.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죽 가방이나 지갑, 혁대, 재킷 등을 파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나의 첫 역할은 세일즈 보조였다. 가게 규모가 그리 크질 않아서 주중에는 사장 혼자 일을 하고 관광객이 붐비는 주말에만 두 명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어느날, 평소 부지런하고 눈썰미도 꽤 있어 매상을 곧잘 올리는 날 눈 여겨 본 사장은 새로운 직원 한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주말 장사를 아예 나에게 맡겨 버렸다. K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부산 모 대학 법대에 재학 중이고, 방학 동안 여행 차 왔다가 용돈도 벌 겸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상당히 밝고 재미있는 친구였다. 영어가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같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줄 아는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같이 일을 시작한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형님, ‘천기누설’을 아십니까?”

‘엉~! 이건 뭐지?’ 서울 어느 대로변에서 들은 적있던 ‘도를 아십니까?’ 버전도 아니고…… 뜬금없는 K의 물음에 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천기누설? ...... 그게 뭔데?” K의 짧은 설명이 이어진다. 뭐 대충 요약하자면 사주팔자 내지 운세 보는 법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런건 당연히 모르지. 그걸 우째 알아?”

“그라믄 제가 형님 사주팔자 한번 봐 드리까예~?”

‘아니 이건 또 뭔 소리야……’ 자신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관심이 없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 말에 솔깃해진 나는 슬며시 가슴을 끌어 당긴다.

“아니 근데 너 뭐 제대로 볼 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야?” 긴가민가하며 툭 던진 질문에 이 친구 왈,

“그라문요. 일단 한번 믿어 보시라니까요”

그래도 뭔가 찜찜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흘깃 이 친구를 쳐다본다. 허나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글거리며 날 쳐다보는 것이 뻥을 치는 것 같지는 않다.

“음, 그래. 너 진짜지~?”

“앗다 형님은 맨날 속고만 사셨습니까?”

“그래 좋다, 뭐 속는 셈치고 한번 해보지 뭐”

그러자 K는 진열장 위에 있던 메모지에 내 생년월일이며 태어난 시간까지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뒤적이던 자신의 가방에서 누렇게 색이 바랜 책을 하나 꺼내 들더니 진열장 위에 보란 듯이 펼쳐 놓았다. '만세력'이란다. 여기저기 페이지를 뒤적여 뽑아낸 한자를 메모지에 옮겨 쓰고는 작대기를 이리 저리 긋는다. 종이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드디어 바닥에 ‘탁’ 하고 내려 놓았다.

“자, 쇼타임!” 그때부터 K는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본격적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형님 성격은 어떻고요, 건강은 이렇고, 부모운, 형제운이 저렇고, 앞으로의 운세는 고렇고, ……”

주절이 주절이 쉬지 않고 읊어 대는 것이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헐~! 아니 이 녀석이 날 언제 봤다고 이런 걸 다 아는 거지? 혹시 내 뒷조사라도 했나’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마음에 내 두 눈은 점점 더 땡그랗게 커져만 갔다.


내가 천기누설을 알게 되고 사주팔자와 음양오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이때부터다.

그러니까 년도만 놓고 따진다면 대략 25년 구력인 셈이다. 첫 만남부터 워낙 강렬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았다 해도 내 일상과 주변 상황을 상당부분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K의 능력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역학 이야기에 빠져들어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생겼을 정도니 말이다. K와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주말마다 틈만 나면 천기누설의 이론과 원리 배우기를 계속했다. 무엇보다도 사주팔자의 상당부분이 확률에 바탕을 두고 있어 기본 이론과 원리만 익히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사람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런데 그 이론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연관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천기누설’ 이외에도 ‘토정비결’과 ‘주역’, ‘별자리 점성술’, ‘손금’, ‘관상학’ 등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름대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양하게 섭렵하며 여기까지 온 셈이다. 처음 이론을 접했을 때는 호기심에 재미 삼아 짚어도 보고 따져도 보고 하던 시기도 있었다. 또 경험이 좀 쌓이면서 내 삶이나 주변 환경에 적극 활용해 보기도 했다. 허나 그것도 소싯적 얘기다. 지금은 년초에 인터넷에 있는 올해의 무료 운세를 찾아 보는 정도가 거의 전부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굳이 따지려 들지 않고 그냥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상대방에 대해 시시콜콜 알게 되고, 에 상상력까지 보태게 되면 섣불리 타인을 판단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책을 하나 발견했다. 커뮤니데아(COMMUNIDEA)라는 제목의 책이다. ‘지식생태학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영만 교수가 음양오행 분야의 전문가이며 ‘힐링 프로듀서’인 오세진 대표와 공저한 책으로 ‘음양오행’과 ‘소통법’을 연계시켰다. 서로 상이한 듯한 소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묶어 접근한 점이 신선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미 있는 것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려는 의도가 나의 호기심을 끌었다.


각기 다른 운명을 타고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소통’은 실로 중요한 화두이다. ‘음양오행에서 찾은 소통법’은 사람들간의 오행, 즉 성격이나 스타일 등을 그 근간으로 한다. 그들 중에는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시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오행 조합도 있다. 또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며 불협화음을 내는 조합 역시 존재한다. 전자를 상생 관계라 하고 후자를 상극 관계라 한다. 상생관계의 예를 들자면, ‘화생토’ - 불(화)을 활활 타게 만드는 나무(목)나 ‘수생목’ - 나무(목)를 자라게 하는 물(수)과 같은 관계다. 또 ‘금극목’ – 나무(목)를 베는 쇠(금)나 ‘토극수’ – 물의 흐름을 막아버리는 흙(토)는 상극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가정이나 직장, 동호회 등등. 다수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일상에서 마음이 맞는 구성원들끼리만의 소통만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소통이 어려운 상대와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로 궁합이 잘 맞아도 사소한 일로 소통이 어려운 불통일 때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데,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간이라면 제대로 된 소통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오행에서의 상생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말함이고, 상극은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이름이다. 그런데 만약 오행에 상생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한 성장을 지향하다 장렬하게 소멸될지도 모른다. 역으로 상극만이 존재한다면? 필시 공격본능과 방어기제가 작동하면서 서로 끊임없이 지지고 볶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성장에 대한 아무런 욕구나 희망도 없이 싸움만을 일삼다 상생만 존재시와 마찬가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토(土)공의 비기는 조화력!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각기 다른 운명을 타고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소통’은 실로 중요한 화두이다. 또 상생과 상극, 즉 일방적인 방향성만 가진다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나가기가 어렵다. 조화와 균형을 논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오행이 바로 ‘토(土)’다. 토(土)는 목화금수 사이에서 균형성장이 될 수 있도록 조화시키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토(土)’ 즉 땅은 만물의 근원이자 중심이다. 중앙의 위치에 떡 하니 자리를 차고 앉아 중립적인 태도로 사물의 중심을 잡고, 문제를 중재하여 갈등을 중화시킨다.


그래서 무대뽀 5신공에서 세 번째인 토(土)의 비기가 바로 ‘조화력’인 것이다.

토(土)는 하루로 보면 사이, 절기로 보면 환절기에 해당한다. 대표색깔은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의 황색이다. 20대와 30대의 고군분투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삶의 중심을 잡아 가는 40대는 대립과 조화, 갈등과 포용, 분열과 통일 등 모든 현상과 성격이 공존하는 시기다. 때문에 때론 조직의 리더로서 또 때론 중간자적인 위치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끌어간다. 원칙을 중요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료에 근거한 판단을 하려 하기 때문에 다소 융통성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미덕을 지키는 태도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모든 이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토’라는 오행이 단맛을 띄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서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형상은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끊임없이 타인들과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설키는 우리네 삶에서 독불장군으로 산다는 것은 불행과 재앙을 부를 뿐이다.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상생과 상극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나갈 때 세상은 살아 볼만한 곳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멀리볼 필요도 없다. 바로 지금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가정과 직장만 둘러 보아도 산적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가?


각기 다른 성질의 두 에너지가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최우선 조건이 아닐까 싶다. 항시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전제를 가지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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