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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은 조절이 생명이다

안전불감증 아니면 양치기 소년 신드롬?

by 달공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화재가 발생…..”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새벽 4시.

정적을 가르며 요란하게 울려 퍼진 화재경보 소리에 놀라 확인 차 아파트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그 경보음에도 바깥에서 얼굴을 마주친 사람이 딱 두 명이란 사실이었다. ‘다들 어디로 갔나?’ 아니면 ‘경보음 따위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일까?’


물론 예전에도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주간에 몇 번 경보음이 울린 적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보음을 그냥 가볍게 무시해버릴 수 있다니. 간담이 튼튼한 걸까? 안전불감증일까? 그도 아니면 혹 양치기 소년 신드롬 같은 것일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잠시라도 다시 눈이라도 붙일까 하여 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도리어 이런저런 상념들로 인해 정신만 더 또렷해진다.


문득 수년 전 회사에서 있었던 작은 소동이 생각났다. 다소 형식적이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안전, 소방 교육도 실시하고, 소화기 다루는 공개 시범도 해오든 차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실제로 화재경보가 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화재경보에 놀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용접에서 뛴 불똥이 주변 인화물질에 옮겨 붙어 불이 났지만, 다행히 곧바로 소화기를 동원해 불을 진화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런데 화재경보가 울렸는데도 사무실 인원 대부분은 대피하거나 상황을 확인하려 들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조회시간. 이 해프닝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결국 핵심은 우리 개개인들의 사고방식 변화다. 안전불감증! ‘설마?’, ‘뭔 큰 일이야 있겠어?’ ‘괜찮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이 도처에 있는 한 대형 사고는 언제던지 일어날 수 있다. 바로 내 곁에서도.....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하게 사용되는 게 바로 불이다. 하지만 불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끓어 오르는 불기운을 제어하지 못하면 종국에는 자신과 주변 모두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 불 때문에 수많은 인명과 재산, 자연환경이 엄청난 재해를 입지 않았던가?


만물을 변화시키는 궁극의 힘을 가졌기에 조절할 수 없는 불은 어마 무시한 존재다.

그래서 불은 조절이 생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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