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가장 지적인 종도 아니다. 바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종의 기원’의 저자인 찰스 다윈은 종의 생존과 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주장했다. 조직, 개인, 자연 속의 동식물을 막론하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세상인 것이다.적응력은 생존을 위해 상황과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네이버 Data Lab에 따르면 적응력은 평균 5, 그리고 대응력은 평균 25의 지수를 나타냈다. ‘적응력 (대응력)’은 ‘어떤 변화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능력이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포착해 내는 힘’이다.
‘적응력’은 ‘위기를 기회를 바꾸는 힘’이다.
카멜레온은 하루에 열두 번 피부 색깔을 변화시킨다. 카멜레온이 피부 색깔을 바꾸거나 패턴을 만드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상황과 환경, 자신의 목적과 목표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바로 그 힘이다. 온갖 장애물과 날카로운 위기들이 번뜩이는 삶의 현장에서, 장애물을 나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바로 적응력이다. 이 적응력이야 말로 생존 수명과 존재 가치를 높이는 최상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과 혼돈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시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패러다임이 뒤집어지고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한다. 이 와중에도 질기게 살아남아 성장을 계속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지향점이다. 매스컴에서 연신 떠들어대는 4차 산업혁명과 곧 사라질 직업들 얘기가 마냥 흘려듣게 되지 않는다. ‘혹시 나는?’이라는 불안함이 피어나는 것은 누구도 다르지 않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질기게 살아남으려면 계속해서 자신만의 ‘존재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외골수 옹고집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황과 환경, 그리고 목적과 목표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 현대와 다가올 미래사회를 살아가기엔 훨씬 더 유용하다는 의미다.
스포츠의 분야에는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 혹은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가 있다. 이는 다용도 스포츠 선수, 즉 만능선수를 뜻한다. 한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포지션을 두루 맡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선수로, 일명 포지션 파괴자다. 야구나 축구, 농구와 같은 구기 종목에서 이들은 감독의 작전과 전술 구사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특히, 교체 또는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된 경우,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현존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중 하나는 시카고 컵스의 벤 조브리스트다. 2016년 월드시리즈 MVP에 빛나는 벤은 주로 2루수와 우익수에서 활약한다. 기아 타이거즈 출신인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경험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홍명보, 박지성도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 출신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는 한국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있다. 입단 초기 경기 출전 기회를 늘이고, 팀과 감독에게 옵션을 주기 위해 원래 포지션인 윙어와 스트라이커는 물론이고, 윙백 포지션까지 섭렵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중에도 선수의 위치를 변화무쌍하게 바꾸는 전략을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감독의 전략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어떠한 포메이션에도 신속하게 적응하는 선수 능력이 절대적이다. 마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경기의 속도가 빠르고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방식은 자칫 잘못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팀과 선수들은 기본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감독의 전략, 전술에 잘 적응하고 있다. 토트넘이 약육강식의 리그에서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다.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는 적응력이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도 새삼 빛을 발하고 있다.
수(水)는 탁월한 적응력의 소유자다.
목(木)은 생명 의지와 환경적응력이 탁월하다. 사방팔방으로 여러 가지를 펼쳐내는 덩굴이나 잡초처럼 열악한 환경도 극복하는 강인한 번식력을 갖추고 있다. 화(火)'는 상승하고 팽창하는 불의 에너지다. 적응력의 면에서 보면 화(火)는 순발력과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나다. '화(火)'기운이 맹렬할수록 더 찾게 되는 것. 그것은 대칭점에 서있는 '수(水)'기운이다. 수(水)는 생(生)이다.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능력이며, 어떤 환경과 변화에도 적응하고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이다. 다양한 물체가 담긴 다양한 모양의 그릇을 상상해보라. 물은 상대방이 어떤 모양을 가졌든 그 모양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형시키는 신묘한 능력을 갖고 있다. 마치 카멜레온이 환경에 맞춰 색깔을 바꾸듯, 물은 자유자재로 모양과 특성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적응력의 소유자다. 또한 유연성과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水) 오행은 나이대로 보면 인생의 황혼기라 할 수 있는 노년기에 해당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경지로 그 깊이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흑색을 띤다. 계절로 보면 겨울이고, 하루로 보면 밤이다. 포용력, 치유력과 더불어 자만심과 독불장군 성격을 함께 지닌 두 얼굴의 사나이다.
사주에 수(水) 기운이 적당(2개)하면 어디서던 잘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조직의 일원으로 섞여 든다. 게다가 한번 섞이면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는 같은 물이라 할지라도 함께 하는 환경이 어떠한가에 따라 모양이나 쓰임이 달라질 수도 있고, 삶의 형태 또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좋은 환경이라면 융합과 창조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환경이나 사람, 또는 자신만의 잘못된 세계에 빠지면 부패하는 추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만약 수(水) 기운이 넘치거나(3개~) 흐르는 길목이 막혀 고이게 되면 썩는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는 지점에서 치명적인 병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막힌 원인을 발견하여 해결책을 제시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자신만의 방식에 안주해서 주변 환경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눈을 감지 말고, 항시 마음을 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것을 배우고 익힘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수(水) 기운이 부족하다면(0~1개) 한마디로 융통성이 없다. 무슨 일이든 시시비비를 가리려 드니 사사건건 주변과 부딪치기 일쑤다. 이런 사람들은 부족한 수의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물을 가까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주 물을 마시거나 수영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또 물 기운이 많은 곳 근처에 사는 것도 괜찮다.
적응력 내공을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시행착오하라 – ‘불확실성의 시대, 적응력을 향상시켜라!’의 저자 맥스 멕케온은 “모든 실패는 적응의 실패”라면서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현명하게 성공한다”라고 했다. 적응의 성공과 실패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따라서 직접 경험을 해 보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게 어렵다면 차선 안으로 간접 경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2) 끊임없이 학습하라 –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항상 배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지식과 경험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져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주도할 기회도 없다. 새로운 학습과 적응을 통해 데이터를 차곡차곡 채우고, 검증과 변주를 통해 새 가치를 발견하도록 노력하자.
3) 혹독한 환경에 나를 내던져라 – 고대 문명과 세계 종교의 발상지처럼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오랜 시간 유지된 곳은 대부분 혹독한 환경이 많았다. 역설적으로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은 발전 가능성이나 지속적인 유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청어의 법칙 또는 메기의 법칙을 떠올려보라. 생명을 위협받는 가혹한 환경이 생존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오늘의 담금질이 나의 실력과 적응력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줄 수 있다.
4) 열린 마음을 가져라 – 조직과 나, 또 동료들과 내가 좋은 궁합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대는 밉상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생각하고 적응하기 나름이다. 발전이란 혹독한 시련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 가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또한 상대방을 돕는 방법 속에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돕는 비결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5) 새 판을 짜라 – 적응을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더 진취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땐 과감하게 역할을 재정의하고, 새 판을 짤 수 있어야 한다. 리프레이밍은 프레임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수동적 적응에서 능동적, 적극적 적응으로 전환된다. 적응력은 변화무쌍한 행동력을 요구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