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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행력 13화

장악력

삶의 주인으로 사는 힘

by 달공원

내 친구 N은 ‘워커홀릭 (workaholic)’이다. 그는 미국 굴지의 IT 업계에서 CTO로 일하고 있는 실력파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도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하나 이곳이 어디던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IT 분야다. 더 높은 기술로 앞서 가지 못한다는 건 도태를 의미한다. 그는 이 정글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하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없으면 안 될 절대적인 이유를 남겨둔다”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프로그래밍 전문가들이라면 어느 선까지는 코딩을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최고난도의 단계에서는 최적화된 구현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로지 한 사람만의 영역이다. 근본부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그는 이 회사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그의 당당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장악력의 핵심인 ‘필살기’인 것이다. 탁월한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네이버 Data Lab에서 장악력의 검색지수가 평균 5 정도로 그리 높지 않은 것도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장악력’이란 ‘당당하게 나 자신의 삶을 이끄는 힘이자 삶의 주인으로 사는 힘’이다.


장악력의 사전적 의미가 손안에 잡아 쥐어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다룰 수 있는 힘인 것처럼, 우리가 삶의 장악력을 갖고자 함은 ‘내가 주(主)인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또한 장악력은 ‘판세나 권력 따위를 완전히 휘어잡을만한 힘’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란 장악력을 논하기에는 부족함 투성이다. 항상 쫓기는 시간, 언제나 모자라는 돈, 내리막길을 달리며 적신호를 보내는 건강, 가족 간에 일어나는 온갖 잡다한 문제들, 패러다임에 밀려 퇴물로 취급받는 직장생활, 모순된 사회구조 때문에 시작도 못하는 사회생활…… 스트레스, 우울증, 조급증, 화병, 술, 담배…… 장악은커녕 철저히 우리를 옭아매는 것들 천지이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상황에서 장악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해야 한다. 장악력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는 것이다. 우선 내가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잘하는 일이 먼저다. 대충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필살기가 되어 나를 최고로 만들어줄 가치 있는 일이다. 그걸 찾고 개발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필살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장악력의 탄탄한 토대가 된다.


조직의 리더를 말할 때, 그리고 장악력을 논할 때 감초 같은 단어가 바로 카리스마다. 예로부터 카리스마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그래서인지 조직이나 분야에서 최상위 일인자를 정의할 때 종종 함께 언급된다. GE 재직 시절, 잭 웰치는 인재경영’, 즉 능력 있는 사람을 조직의 핵심역량으로 만드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기고, 최고 인재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지원하는 일에 몰두했다. “안타를 잘 치는 10명의 선수보다 홈런을 치는 1명의 선수를 키워라.” 이는 20-70-10의 기준을 적용하여, 5년간 무려 11만 명이나 되는 인원을 감축시킨 그의 지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GE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로 변화되었다.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라 불린 그의 어마 무시한 장악력은 말할 것도 없다.


카리스마 리더십과 대비되는 리더십으로 서번트 리더십이 있다. 따뜻한 마음과 배려로 상대방을 섬기면서 신뢰를 구축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일방통행 식 리더십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유도한다. 권한과 책임을 주고 급박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인물로 월마트의 샘 월튼,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켈러허 회장, 그리고 '지구촌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UN, United Nations)의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목(木)은 카리스마, 화(火)는 열정, 토(土)는 통찰, 금(金)은 이성과 냉철함, 수(水)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장악력이 특징이다.


장악력에서 카리스마를 논한다면 목(木), 그 중에서도 대장 사주 격인 갑목(甲木)이 빠질 수가 없다. 끈기의 화신이자 유연한 카리스마인 을목(乙木)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목(木)은 사람과 상황을 휘어잡는 장악력이 돋보이지만, 항상 최고이고,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증 증세를 보일 때도 많다.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심이 되거나,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와 태도로 안하무인 식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은 여전히 매혹적이며 조직의 핵심 인재로 어려운 난제들을 뚫고 나가는 선봉장 역할을 수행한다.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다독일 수 있다면 장악력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능력자다.


태양계의 중심을 자처하는 에너자이저 병화(丙火)나 은근한 달빛, 별빛의 따스함이 비기인 정화(丁火) 역시 장악의 분야에서는 한 가닥 한다. 불 같은 장악력이 장기인 화(火)가 주도하는 조직은 일사불란함을 강조하는 남성적 성향의 조직체계 특징을 가진다. 조직을 장악한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므로 리더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일 처리에도 주저함이 없다. 화(火) 역시 불 조절이 장악력의 관건이다.


토(土)의 장악력은 통찰력으로부터 나온다. 과묵하고 고집스럽지만 책임감과 포용력이 탁월하다. 태산 같은 묵직함으로 한 분야를 휘어잡고, 일관성 있게 밀고 가는 뚝심을 갖췄다. 하지만 토(土)의 장악력 비기는 균형감을 갖고 힘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중재능력에 있다. 객관적이고 공평무사함이 바탕이 된 진정성 넘치는 일 처리는 리더의 품성이라 할 만하다. 특히 융복합이 강조되는 4차 혁명시대에 조화력을 대표 성정으로 내세우는 토(土)의 약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성과 냉철함의 상징인 금(金)의 장악력은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원체 내성이 강한데다 예리함과 신중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시련이나 역경으로는 금(金)을 흔들 수 없다. 게다가 원리원칙에 입각한 칼날 같은 결단력과 맺고 끊음이 분명한 상황 장악력 또한 탁월하다. 한번 마음먹은 바는 쉽게 바꾸지 않는 굳건함이 있으며,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의리의 돌쇠다.


소통과 상생을 중시하는 스타일의 수(水)는 부드럽고 따뜻한 여성적 성향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개인의 삶이나 조직에서도 유연하고 자유로운 장악력이 특징이다. 서번트 리더십이 주가 되는 조직은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하다. 조직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여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장악력 내공을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나에 대한 분석이 먼저다 – 장악력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서 발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내가 가진 강점이나 약점은 이미 삶에 드러나 있거나 잠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SWAT 분석, 스트렝스 파인더(Strength Finder), MBTI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에니어그램(Enneagram), 음양오행 등을 통해 기질이나 성격, 강약점 등을 철저히 분석하여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활용하자.


2. 관점을 세워라 – 세계 최고로 통하는 하바드 대학에 입학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생각하기’라고 한다. 물론 누구나 생각은 하고 산다. 핵심은 생각하기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생각하는 연습으로 철학과 가치관, 교양 등을 정립한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인생과 일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다.


3. 갈고 닦고 다듬어라 – 치밀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분야를 찾고, 나름의 관점을 세웠다면 다음은 벼리는 과정이다. 굳이 누구나 아는 10만 시간의 법칙을 논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간 동안 갈고 닦고 다듬어 필살기로 만들어야 한다.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경지가 되어야 진정한 장악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4. 좋은 질문을 하라 – 질문이란 상대를 내 틀에 가두는 기술이다. 질문만으로도 상대를 조종하고, 상황을 장악할 수 있다. 이슈를 선점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질문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유도질문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끌어가게 한다. 좋은 질문이란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철저한 실리 전략이다.


5. 역발상을 가져라 – 역발상은 장악력의 비밀병기다. 별로 쓸모 없어 보이는 강점, 약점이라도 창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타인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필살기를 만들 수 있다. 전혀 예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허점을 노려 기대치를 채워라. 어떤 분야이던 확실한 장악력을 가진다면 이 자신감은 나비효과가 되어 다른 분야로도 자연스럽게 퍼져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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