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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행력 12화

관찰력

남들과 다른 것을 보는 힘

by 달공원
“같은 나무를 보더라도 우둔한 사람과 현명한 사람은 다른 것을 본다.”


이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한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SNS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통해 트렌드가 자리를 잡아 나가는 방식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었다. 또 이를 통해 패러다임을 예측하고 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를 거쳐 현재를 지나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정확성을 높이려면 ‘관찰’이 핵심이다. 이처럼 팩트(FACT) 즉, 사실에 바탕을 둔 분석과 통찰은 막연하던 추측과 상상에 탄탄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 네이버 Data Lab에서 관찰력은 평균 20 정도의 지수였다.


관찰이란 ‘내 앞의 대상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주의 깊게 잘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지금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일이며, 그것들을 통해 그 대상의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다. 인간이란 아무리 감추려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과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증거들을 재빨리 잡아내고 그 속마음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관찰의 힘이다. 관찰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기초이며,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관찰력’이란 ‘사물의 현상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 깊게 잘 살펴보는 능력’이며 ‘남들과 다른 것을 보는 힘’이다.


처음 접하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데자뷰’라고 한다. 이를 거꾸로 쓴 ‘뷰자데’는 눈에 익어 친숙한 상황이나 대상을 낯선 시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골드러시 때 금맥 대신 물을 팔아 백만장자가 된 아무르, 가치와 영혼을 마켓 포지셔닝의 핵심으로 활용한 코티의 향수 ’고스트 미스트(ghost myst)’,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가구 이케아(IKEA), 아이데오의 혁신적인 유모차, 막대사탕 ‘츄파츕스’, 말라버린 반죽에서부터 변신한 캘로그 콘 푸레이크 등도 바로 이 관찰의 힘으로 탄생한 창조물들이다.


“A good hockey player plays where the puck is, a great hockey player plays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전설인 웨인 그레츠키, 어린 시절부터 하키와 친숙했던 그는 빠른 속도와 정교한 기술로 아이스하키 계를 평정했다. 웨인의 우수성은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있을 곳을 선점하는 그의 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웨인은 하키 경기에서 퍽이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퍽의 움직임과 머무르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 퍽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미리 예측하고 그 길목을 지켰다. 웨인이 세운 894골의 정규 리그 득점 기록과 1963개의 어시스트는 하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록이며, 그의 등번호 99번은 NHL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모든 업적은 웨인의 뛰어난 관찰력에서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랐던 라이트 형제는 수없이 많은 모형 비행기 비행실험 실패를 겪었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비행의 비밀은 자연 속에 있었다. 자유자재로 창공을 나는 새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비행의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륙과 지속적인 비행을 하기 위한 추진력, 그리고 비행하는 동안 상하, 좌우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등 라이트 형제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비행을 위한 절대조건인 이 법칙들을 해결해내는 방법을 발견해냈다. 그리고 최초의 하늘길을 여는데 성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차 중 하나인 일본 오사카와 하카타를 왕복하는 초고속 열차 역시 물총새의 움직임 관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다.


관찰력은 꾸준한 수련으로 더 강력해진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역사상 최고의 사무라이로 불패의 검객이자 전설의 검성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다. 천하의 고수들과의 수많은 결투에서 얻은 경험을 5개 분야로 집대성했는데, 그 책이 바로 세계 3대 병서 중 하나인 ‘오륜서’다. 이 책에는 현실의 경험에 기반한 자신감과 평정심이 승리를 담보한다는 교훈들이 담겨있다. 생존과 승리를 위해서는 무기를 사용하는 외공과 강인한 정신력인 내공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무사시의 오륜은 ‘땅, 물, 불, 바람, 하늘’이 다섯 가지 주요 요소다. 땅은 병법의 기초이자 토대를, 물은 유연하게 변화하는 병법자의 마음을, 불은 극심한 싸움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또 바람은 흐름과 변화를 두루 살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함을, 하늘은 스스로 참다운 병법의 도를 터득하는 궁극의 경지를 의미한다.


‘땅, 물, 불, 바람, 하늘’, 무사시의 다섯 가지 주요 요소를 오행에 대비해 보자면,

목(木)은 눈이다. 사물을 볼 때는 두 가지 눈이 작동한다. 육체의 눈인 견의 눈과 마음의 눈인 관의 눈이다. 관찰을 할 때는 마음의 눈을 최소화하고 육체의 눈을 극대화해서 있는 그대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마음의 눈으로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불(火)바다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역설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화(火)의 관찰력은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다.

토(土)는 기초이자 바탕이다. 기초가 부족한 상태로 실전에 들어가면 곧 한계에 부딪친다. 기초를 넓고 깊게 해야 확장성이 높아져 더 발전할 가능성이 생긴다.

세상만사는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속에 숨겨져 있는 본질로 나눠져 있다. 마치 금(金)과 같이 단단한 외형에 현혹되어 숨겨져 있는 본질을 놓치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본질을 이해해야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수(水)는 유연함이다. 상대의 모양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자신을 변화시키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물처럼 몸을 낮추고 수련함을 계속하는 물의 응용력은 관찰력의 대가다운 모습이다.


관찰력 내공을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먼저 비우라 –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과 관찰로 데이터를 차곡차곡 채우고, 검증과 변주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라.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려면, 그 근간을 깊게 파헤쳐 보아야 한다. 먼저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질문이 가능성을 만든다 –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의문과 좋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의문과 질문이 결국 좋은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이냐에 따라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이 되는 해답이 정해진다. 관찰의 본질에 대해 생각나게 하는 ‘The One thing’ (게리 캘러, 제이 파파산 공저)의 구절이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가 탐색의 방향을 정하고 길을 인도한다. 가치 있는 질문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3. 작은 것에 집중하라 - 조시 웨이츠킨는 ‘마이크로에서 매크로를 배운다’고 했다. 작은 성공에 익숙해지면 큰 성공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또한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 사소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뭔가 사소하고 작은 것에 집중하면 모든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것을 얻을 수 있다.


4. 반복해서 연습하라 – 나만의 새로운 시각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명확하지 않다 해도 반복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더 또렷해진다. 위대한 성과물들은 한 번에 하나씩, 수많은 작은 관찰 노력들이 모인 결과다. 관찰이라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관찰에는 특수한 재능이 필요 없다.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많이 할수록 능숙해진다. 일상에서 부단하게 연습하고 시도하자.


5. 핵심이 흐르는 길목을 잡아라 – 관찰의 핵심은 결국 가치 있는 정보다. 네트워크 망에는 핵심 정보가 다니는 길이 있다. 당연히 고급 정보가 모이는 방도 존재한다. 물론 이런 길이나 방은 보통 사람들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다. 관찰력의 고수라면 이런 정보가 움직이는 길목에다 CCTV나 고성능 레이다를 심어둘 것이다. 마치 고기들이 지나거나 머무는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전문 낚시꾼이나 한방에 상대방의 급소를 제압하는 무림의 고수처럼 관찰력과 더불어 핵심과 타이밍을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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