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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Oct 06. 2019

마에스트로 리더십

‘마에스트로’는 ‘최고의 지휘자를 말한다

조직의 CEO, 스포츠 팀의 감독, 탐험대의 대장, 배의 선장, 군부대의 지휘관…… 리더십은 분야와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 분야의 리더십을 논할 때 등장하는 단어로 ‘마에스트로’가 있다.


음악에서 ‘컨닥터’는 일반적으로 ‘지휘자’를 통칭한다. 그리고 ‘마에스트로’ ‘최고의 지휘자’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단어다.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의 지휘자, 음악 감독, 작곡가, 스승의 경칭으로 사용되며, 우리나라말로는 거장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일까? 서희태 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는 "실제로 마에스토로의 호칭을 받는 지휘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마에스트로 리더십’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제자이자 이스라엘 출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이타이 탈감이 쓴 책이다. 그는 세계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협력과 리더십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의 지휘자(conductor of people)’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새로운 조직의 태동’에서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전통적인 경영 모델은 사라질 것이다. 미래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 갈 것이다.”

라고 예언한 바 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 (symphony orchestra)는 교향악을 연주하는 대규모의 관현악단’이다. 관현악단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과 그 악기를 담당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는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CEO와 임직원이라는 관계와도 일맥상통한다. 뿐만 아니라 리더와 리더를 따르는 조직원의 관계라는 점에서 어떤 조직으로의 대입도 가능하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잘 어울려 앙상블을 이루어야 좋은 연주가 펼쳐지듯이, 리더와 조직원들이 잘 화합하고 힘을 합쳐 노력해야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는 서희태 지휘자의 강의에서는 세계적인 음악가와 오케스트라의 이름이 꽤나 등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계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전통, 문화를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주빈 메타

연주자를 배려하는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는 뉴욕 필하모니의 ‘주빈 메타’는 단원들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높여 주고, 배려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단원들끼리는 아무리 경험이나 나이가 많아도 주눅들지 말고 서로 이름을 부르게 해서 친구처럼 소통하게 했다 한다. 또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스 도밍고, 카레라스를 비롯한 3대 테너와의 협연을 보면 마지막 순간에도 성악가의 상태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찬가지로 연주자들도 독주를 하는 타이밍에는 모든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독주자에게 집중되도록 배려한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스스로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라는 그의 말은 지휘자(즉, 리더)는 자신이 선택한 연주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배려하는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엔 자신이 선택한 연주자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지휘자의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리카르도 무티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 불렸던 리카르도 무티는 현존하는 지휘자 중 가장 몸값이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오페라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 극장인 라스칼라에서 19년간 지휘자로 재직했다. 하지만 연주자나 성악가를 배려하지 않는 독재적인 지휘자로 악명이 높았던 그는 과도한 통제와 간섭으로 결국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음악감독 직에서 쫓겨난다. 그로부터 5년간 은둔생활 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현재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다. 

리카르도 무티는 모든 관객과 단원은 지휘자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믿었다. 오로지 포디움에 서있는 지휘자만이 주인공이다. 따라서 협주곡에서 라덴자(애드립)라고 불리는 즉흥 연주나 독주곡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2016년 시카고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공연을 했을 때

“지휘자, 음악감독은 리더, 아버지, 또는 형이어야지 독재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만을 원하는 지휘자는 성격에 맞지 않는다”

고 말했다. 변화했지만 그의 위압적인 카리스마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서 외교관이 돼야 하며 심리학자도 돼야 한다. 100명, 200개의 눈이 지휘자가 하늘과 천국을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고 가끔은 권위주의자가 돼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자론이자 리더십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베를린 필 하모닉의 지휘자 카라얀은 믿음의 리더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지시를 내리기보다 서로를 듣는 앙상블을 중요시했던 그의 지휘법은 리더십의 관점에서 많은 영감을 준다. 카라얀의 지휘 모습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고, 그의 손은 허공을 떠다니듯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지휘자로 거의 모든 악보를 암기하여 지휘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내가 오케스트라에게 입힐 수 있는 가장 큰 손해는 단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명확한 지시는 앙상블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듣는 앙상블이다.”

카라얀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해석으로 탁월한 대중성을 자랑했고, 광범위한 레퍼토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그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레너드 번스타인

미국의 지휘자, 작곡가, 작가, 음악교육자이자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 필하모닉에서 장기간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뛰어난 피아노 테크닉을 구사했고 다수의 교향곡과 다양한 연주회용 음악을 남겼다. 번스타인은 칭찬을 잘하는 지휘자로 유명하다.

"항상 칭찬은 공개적이고, 구체적으로, 즉시 하라"

고 가르쳤다고 한다.


어떤 조직이던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때로는 리더의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이 필요할 때가 있고, 배려의 리더십이 빛날 때도 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서로를 듣는 앙상블이라는 카라얀의 말처럼,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적극 협력하여 조화를 이루겠다는 자세가 아닐까?



다음은 긴 여운을 남긴 세 가지 사항이다.


첫째, 어떤 분야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무엇인가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둘째, 한 곡이 연주될 때 바이올린과 첼로, 북과 탬버린의 연주 양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진다거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노동의 양만으로 가치를 매겨서는 안 된다. 스스로 책임의식과 나도 리더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일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오케스트라 소통의 비밀은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필요에 따라 지휘자를 본다는 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휘자가 요청하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변 동료들의 몸짓과 호흡을 캐치하는 소통으로 지휘자의 의도를 알아차린다고 한다. 진짜 프로들의 세계 얘기이자 조직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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