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구멍을 메우기 위해

엄마가 시간을 쓰는 법

by 맹다리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늘 아침 무엇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하다가 평소에 할까 말까 고민만 했던 러닝을 해보았습니다. 아파트 단지부터 전원주택단지, 상가를 거치는 짧은 코스입니다. 평소에 아이들과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농장을 다닐 때 이 ‘이 코스로 러닝 하면 너무 좋겠다’라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두었던 길입니다. 달리고 나니 상쾌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대단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찾아온 행복감과 별개로 저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전념하는’ 일상에서 무언가 상실됨을 항상 느껴왔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으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분명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그 이후, 대략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나를 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은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차지하는 굉장히 긴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여전히 나를 잃었다는 기묘한 상실감이 존재한다니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충분히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집을 청소하고, 밥을 먹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아이들이 먹을 밥을 짓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조금 쉬었다가,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지내다 돌아온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일상.

분명히 아이들과 몸이 떨어졌음에도, 저에게 물리적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제 일상에 항상 침투해 있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자유가 온전한 모습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자유가 주어졌는데 누리지 못함에서 오는 상실감, 그리고 우울감, 이것들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느꼈을 때엔, 과한 자책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실감과 우울감의 문제는 외부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어려웠기에 혼자서 끙끙 앓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마치 기름통에 구멍이 뚫린 자동차에 주유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차주가 아무리 차를 아껴주고,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로 재깍 달려가 기름을 아무리 가득 채워주어도,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에 이렇게 아껴주고 가득 채웠음에도 허기에 시달리는 자동차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육아의 세계로 들어온 뒤 스스로의 탓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모든 건 엄마로서 자격이 부족한 제가 문제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제가 타고 있는 삶이란 자동차는 버리거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국소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야만 했습니다. 저의 에너지가 새는 뚫린 구멍을 찾아야 했습니다.


일단 저는 주어진 자유를 알차게 써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은 생필품을 쿠 X으로 주문하는데, 결제 완료 문구를 보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생산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핸드폰을 내려놓았습니다. 무의미하게 흘러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정말 ‘나만을 위한’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쌓고 만들고 생산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짧은 러닝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함께 일했던 선생님과 스터디를 구성하고 생각을 나누는 등 평소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천천히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것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저는 제 삶을 제 뜻대로 쌓고 만들어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자유는 드디어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이 나를 ‘엄마’ 답게가 아니라 ‘나’ 답게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나'다운 시간이 나를 ‘엄마’로서 더욱 행복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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