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

코스피는 신고가를 찍었다는데 물려주고 싶은 건 사실 따로 있어

by 맹다리오

아직은 자조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아이들 셋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느라 정신없이 지나가는 저희 부부의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평일 낮시간입니다. 평소에 여유롭게 식사하긴 어렵기 때문에 저희 부부는 평일 남편이 일을 하지 않는 날엔 꼭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직업상 평일에 쉬는 날이 종종 있기에 평일 낮시간 단둘이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꽤나 자주 가질 수 있습니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서로 나누는 대화가 너무 즐거웠던 것이 가장 컸던 저희 부부에게 이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고 저로서는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루는 남편과 마주 앉아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식과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습니다. 주변 친구 중 누구가 주식을 어떻게 한다거나, 코로나 때 물려있던 주식을 이번에 잘 정리했다거나 하는 주변인에 대한 소식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 대화는 요즘 미국 증시 상황이 좋다거나, 코스피가 신고가를 찍었다는 일반 뉴스로 옮겨갔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제 마음에 어떤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몸을 뉘이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뭔가 이루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안을 재촉했습니다. 그 생각의 깊숙한 곳에는 지울 수 없는 아이들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주어지는 것 이상의 욕심을 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자라나 각자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길 것을 생각하니 제가 조금 더 넉넉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바닥에는 아이들을 좀 더 풍족히 먹이고 키우고 싶은 부모로서의 욕망이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고요. 생산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나름대로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도 지금 쥐고 있는 것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도요. 남편이 말합니다. '우리 열심히 살고 있어,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라고요. 부모가 되어 당장 모든 걸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우리 아직 젊고 앞으로 펼쳐질 날이 기니 꾸준함을 무기로 힘을 내어보자고요. 덕분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불안은 다시 고이 접어 넣어봅니다.


남편의 얼굴을 봅니다. 남편이 미소 짓습니다. 그 얼굴을 보니 문득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앞으로의 날들 속에서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건 돈이나 명예보다 오히려 이 얼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얼굴은 서로를 보고 미소 짓는 엄마아빠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저희 부부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강요처럼 제안했습니다.

"우리 싸우지 말자. 지금처럼 서로 어여삐(어엿 비) 여기자."

내 삶과 네 삶, 그리고 생때같은 아이들의 삶까지 나누어진 내 유일한 동지를 예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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