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84 - '참하늘'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그 날,

아내가 잠시 졸도하여 정신을 놓고 목욕실 바닥에 쓰러지고

몇몇이 침대 시트에 아내를 말아서 들고 침대로 옮겼던 날

많이 우울해졌다.


그 날따라 우연인지 하늘이 바다가 되었다.

폭풍이 일어난 바다처럼 먹빛 뿌옇게 펼쳐지고

하늘이 오열하듯 눈물 펑펑 쏟아부었다.

슬픔도 묻어버릴만큼 세차게,

깜박 내 맘 잊고 걱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게 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하늘을 바라본다.

맑은 날은 아무 들리는 말 없는데도 연신 고맙다하면서

또 외로운 사람은 하늘을 목놓아 부른다지?

구름과 햇살과 때론 비를 보면서 그걸 뭐라뭐라 하는 대답이라고 여기며


가끔은 하늘도 자꾸 나를 부른다.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내 삶이 안타까운 걸까?

문득 “불렀어요?” 했다간 슬그머니 딴 소리 한다.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죄 많은 사람이 남몰래 하늘에 말 건다지?


하늘은 바다지만 빠져도 죽지 않는다.

하늘은 눈물 많아도 무거워 내려 앉는 법 없다.

그 하늘엔 솜이불 같은 하얀 쿠션이 있고

그 하늘엔 변덕스러운 고통이 없다.

그래서 하늘이 참 좋다


이 고단한 날들의 끝에 평안이 올지 모르고

그날에 하늘로 올라갈 희망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때도 시도 없이

자주 바라보는 요즘은 더 많이 사랑받는 중인가보다.


참 하늘 – 병들고 바닥에 쓰러져도 웃는 사람,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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