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아내가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병원생활에서는 좀처럼 먹기 어려운 막구운 삼겹살을.
식당을 뺑뺑이 돌았지만 들어 갈 곳을 못 찾았다.
열이면 아홉 집이 마루바닥.
결국 포기하고서 큰아들 자취방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휴대용부탄 레인지에 온 방에 연기피우며 기름 사방 날리며 아내와 큰아들에게 배불리 먹였다.
남는 건 설거지, ...정말 싫은데 다 해치웠다.
난 음식 만들고 설거지 하는 거 젬병이다. 못하기 때문에 싫은건지 싫어서 못하는건지 애매하지만.
아내가 아프지 않았던 시절, 아내가 외출하면 올 때까지 안 먹었다.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도.
믿을 수 없겠지만 총각 때는 10년을 혼자 자취생활 했다.
그때도 콩나물국 밥 3일치씩 해놓고 살았다. 양말 속옷은 일주일치 모아서 하루에 하고,
그런데 그 민망한 버릇을 자취하는 큰아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죽어도 밥이나 설거지는 하는 거 싫어요!“
그래서 아내는 집안일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때 큰아들에게는 빨래담당을 맡겼다.
그런데 큰 아들은 나를 닮은 세습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진화했다. 안하면 더 좋을 걸.
빨래만 아니라 씽크대에 설거지도 일주일치 모아서 한 번에 한다.
자기 나름대로 경험론이라며 물 부어놓으면 곰팡이 핀다고 마른 그릇 상태로 쌓아서 미룬다.
정말 할 말이 없어졌다. 아마 이런 것들이 너무 싫으면 빨리 결혼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순전히 살림 살기 힘들어서! 물론 된통 판단착오의 결과를 호되게 치르겠지만.
“너 그러다 나 꼴 난다, 나 봐라, 엄마 같은 색시만나 편히 살때야 얼마나 좋았냐!
그러다가 지금처럼 엄마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날로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10년째인 나처럼...“
해바라기 - 하기야 20년을 나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봐준 그런 착한 색시.
엄마같은 연인을 얻는다면 그래도 행운이겠지만 그게 어디 흔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