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90 - '복'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나는 항상 내일 일과

다음 달과 다음 해에 올 일들 때문에

조바심을 내고 걱정을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로 근심한다고

야단 반, 위로 반으로 나무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좀 더 생각하니 이상했다.

그 말은 몇 년 전까지도 내가 하던 말이었다.

지금처럼 흔들리며 망가지지 않았고,

내가 너그러웠던 그때 늘 아내에게 핀잔하던 말...


그러고 보면 삶의 꽃은

먼저 아는 사람에게 피는 것이 아니고

늘 생활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핀다.


고맙기도 하고 질투도 난다,

왜 나는 가르쳐주는 선생노릇하고도

배운 사람이 누리는 평안도 없는지 약 오른다.


다시 돌아보니 이 또한 민망하다.

아직도 나는 멀었다.

내 말을 잘 받아준 아내가 든든한 지기가 되어

변덕에 걱정투성이 내 곁에서 살아 주는 고마움도 모르고

바뀐 주도권만 시샘하며 발 동동 구르고 있다니.


복 – 내가 가졌다가 잃은 것보다 더 많이 늘어나는 동반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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