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는 많은 것들’
지금 사는 아파트의 임대계약을 다시 2년 연장하면서
아픈 아내가 없으면 지금의 자격이 유지 되지 않아
1년의 대기 시간 안에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LH 자격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내만이 아니라 나도 예상보다 더 빨리
이 땅에서 떠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환자인 아내의 짐이 많은 둘이 사는 살림에서
혼자 사는데 꼭 필요한 만큼으로 줄였다가
다시 그것마저 모두 정리하는 그 날이 오겠지요
대충 보아도 지금 가진 많은 자질구레한 살림들이
그 어느날 우리아이들중 누군가에게 일거리만 된다는
민폐거리임을 느끼고 짐을 미리 줄이기 시작했지요
아내가 희소난치병이 발병하고 집도 팔고 떠돌면서
정말 가진 것이 없이 다 버렸다고 생각한 지난 세월인데
그럼에도 치우고 나누고 없앨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평생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다고 민망하며 살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을 실감했고 더 민망했습니다
버리지 못하는 최소한의 욕심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가난하다고 풀죽은 마음도 틀렸었고
가벼워서 바람처럼 떠날줄 알았던 것도 착각이었습니다
사실은 고난을 통과하며 죽을 것 같다던 동안에도
참 많은 걸 받으며 누리며 살았습니다.
정작 나만 그 사실을 몰랐고 감사하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