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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Oct 03. 2023

자녀에게 듣는 칭찬



‘자녀에게 듣는 칭찬’


“아빠가 많이 힘들고 속상해…”

“…….”

“니 엄마가 자꾸 우울증이 심해지는지 자주 울고

감정변화가 크게 오가는 바람에 나도 지치고 짜증이 나네”


모처럼 추석연휴가 길어서 집에 온 막내딸에게

내 편치 못한 얼굴과 입 다문 무거운 침묵을 보여주다가

미안하기도하고 참지 못해 솔직히 말해버렸습니다

좀처럼 남에게 아내의 상태나 안좋은 기분을 말하지 않는데

가족, 그것도 막내딸이라 그냥 하소연처럼 했습니다


“내가 와도 도움이 안되네… 모처럼 집에 왔는데 ㅠ”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각자 추스렸습니다

아내가 아픈 이후 수 십년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멀리 서울까지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늦게 내려오게 된

막내딸을 데리러 KTX 역까지 나갔습니다

거의 밤 자정이 되어 내리게 되어 마음이 안놓였습니다

나보다 엄마인 아내가 더 신경이 쓰이나봅니다

‘택시를 타고 오겠다는데… 괜찮을까? 늦은 시간이라’


“난 아빠를 존경해!

같이 있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래서 많은 걸 배우고 도움도 되어서!”


“나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지만…

사실은 난 나를 그렇게 많은 점수를 주지 못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은 고맙게도 나를 좋은 아빠라고

직접 나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밖에서 남들에게 듣는 칭찬이나 평가보다

많은 시간을 보는 가족에게 존경받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늘 생각했기에 꽤 감동했습니다


“난 엄마에게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야! 언제까지 가능할 지 모르지만…”


하루 전 나눈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해주었습니다

덧붙여 사람들은 약하고 각자 떨어진 섬 같은 존재라

나는 사람을 너무 믿거나 의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녀도 부모도 서로가 완전하지도 못하고 초능력자도 아니고

다만 최대한 노력할 뿐이니 늘 그 점을 잊지말아달라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를 배웅하고

며칠을 거른 운동을 할 겸 길을 걸었습니다

늘 다니는 개천 주변길이 공사가 끝난 구간은

아주 깨끗하게 보였고 아직 남은 구간은 어수선합니다

막 끝난 공사의 흔적이 많은 자연스럽지 못한 길이지만

큰 돌로 개천을 건너도록 징검다리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더운 여름내내 뒤집고 다듬고 정비한 사람들 덕분에

이 좋은 가을에 기분좋게 걷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연휴 끝날이라 아이들과 가족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누군가의 수고와 비용으로 다른 누군가가 누리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변함없는 법칙을 다시 느낍니다

삶도 신앙도 가족간의 사랑도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칭찬은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힘이 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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