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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Nov 03. 2023

꼭꼭 씹어 삼키고 탈나지 않기를

‘꼭꼭 잘 삼키고 탈나지 않기를’


거의 한달을 버티고 별 방법을 다 써보다가

못 참고 통증의학을 찾아 갔다

시티 화면을 보며 의사 선생님은

‘척추를 이어주는 고리가 있는데 그게 끊어졌네요

척추5번 분리증입니다’ 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이어서 설명서를 듣고 서명하고

몇가지 주사를 맞는데 많이 아팠다

방사선 화면을 보며 초음파 주사를 놓는 것과

통증을 줄여주는 무슨 주사라는데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한달내내 걷지도 못하고

잠자며 돌아눕기도 힘들만큼 고관절과 다리가 아팠구나

‘이제 어떻게 하지?…’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근육운동을 해서 버티다

척추협착증이 심해지면 수술을 하든지 뭐 그렇단다

어디 척추만일까? 망가지고 노화되어 문제 되는 곳이?

당장 걱정은 한 달 가까이 운동을 제대로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절뚝이는 동안 스물스물 다른 부작용이

몸에 나타난 것이다. 당뇨때문에 운동을 그치면 안되는데

그것도 문제고 아내 돌보는 허리가 자꾸 아파 부담된다


세상 모든 생명은 나이들고 세월가면 다 소멸의 과정을 밟고

약해지다가 망가지고 부서져 사라지는게 자연법칙이다

어디 사람만 피할 수 있나? 어디 나만 무사할리도 없다.

몰려올 여러 합병증과 감당할 짐들이 두렵고 슬프다

모두 감당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데 나도 그래야한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나는 나 한몸만 관리할 일이 아니다

그게 자꾸만 걸린다.

‘운명이 엉망이면 몸 하나라도 성하게 해줘야하지 않나?

아님 생활형편이라도 좀 여유있게 해주던지…’

그렇지 못해 불행하고 고통스런 이웃들이 부지기인데

그걸 알면서도 나만 당하는 억울함처럼 슬며시 골이 난다


다시 받아들여야지! 꼭꼭 씹어 삼키고 탈나지 않아야지!

그렇게 여러번 고쳐 생각하고 각오를 하면서도 자신이 없다.

언제까지 가슴에는 소망을 담고 입에는 긍정의 단어와

얼굴에는 가능한 잔잔한 평안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몰려온다. 특히 환자인 아내와 아이들,

나를 지켜보며 지금까지 도와주신 분들에게 실망주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움츠려들고 슬퍼지는 감정을 추스리려고

억지로 절룩거리며 오늘은 다니던 걷기 길을 나섰다

한 달 사이에 푹 깊어져버린 가을의 색과 바람과 하늘

그리고 여전히 씩씩하게 운동하며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의

달라진 옷차림이 다르게 보이고 느껴진다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하던 윤동주의 말처럼

모든 것은 소멸한다는 전도자의 지혜처럼

이 모든 소멸의 과정과 통증 일상을 받아들이자 다짐한다

꼭꼭 씹어 삼키고 탈나지 않도록 잘 소화시키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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