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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Nov 04. 2023

나를 지켜주는 힘의 8할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지난 날 고난이었다’


아내 간병 15년쯤 되면서 여기 저기 아픈 데가 믾다

등짝이 아프다가 어깨가 결리고 손목 팔로 옮겼다가

다음엔 차례로 허리와 고관절에 통증이 와서 시달린다

안 아픈데를 찾는 게 더 빠를만큼 몸 전체를 돌고 돈다


오늘도 화장실로 태우고 가서 씨름을 하고나니

다리가 저리고 허리도 통증이 와서 순간 화가 났다

몸이 아프면 심성도 고운 상태를 유지 못한다

많이 겪어서 알고 있지만 짜증이 몰려오면 또 욱 한다

‘이놈의 고생 언제 끝이 날려나? 오래 살면 더 고생인데…’

누가 들을까 겁이 나면서도 종종 그런 충동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면서도 복잡해진다

그러다 문득 이전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

강원도 깊은 산속 기도원에 데려다놓고 교대로 볼 때

차는 낡고 기름이 새는데 수리도 못하고 다녔다

생활비도 떨어지고 주유비도 없어 달랑거리며

정동진 옥계 읍내에서 무료 쌀독을 운영하는 교회를

지나가며 그것조차 부럽고 좀 가져갈까 했었다


‘그래, 그때 그랬지 지금보다 더 힘들었는데…’

그때 추운 겨울 아들과 교대하며 아내를 돌보던

힘든 기억에 맘이 좀 누그러지면서 원망이 줄어든다

점점 나빠질 미래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고

아내에 대한 미움도 사라지며 통증도 견딜만 해졌다


우리는 질병을 피하려고 여러가지 예방접종을 한다

백신, 예방접종이란 사실은 미리 경험하는 질병들이다

심하지 않게 짧게 아프고나서 그 병의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효과가 좋고 가장 오래가는 항체는 정말 고맙다

그래서 자청해서 우리는 아픔을 참으며 예방접종을 한다


삶의 법칙에도 비슷한 예방접종, 백신이 있다

가장 힘있고 오랜 효과를 내는 백신, 예방주사는

바로 가장 큰 시련과 힘들었든 고난의 시절 기억이다

좋은 항체는 생생하게 남는 고난의 극복으로 생긴다

‘그때 더 어려웠지, 그래도 이겨내고 살아남았으니

뭐 이 정도는 참을 수도 있고 해결할 수도 있겠지?’

그런 심리적 항체를 우리에게 만들어 준다


참 아이러니다.

지난 날 가장 큰 고통이 지금 가장 큰 힘이 되어주다니…

지난 고생이 지금을 참는 든든한 비교기준이 되고

스스로 대견한 위로와 자신감으로 보호장구가 된다

그저 악몽이고 그저 슬픈 기억만으로 우리를 괴롭힌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큰 불행이 될 뿐이다

다행히 좋은 용도로 나에게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해서

과거와 현재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해주시니 감사하다


오늘도 살아서 움직이는 말씀의 생명력을 확인한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로마서 8장 28절’

지난날 우리가 겪은 고난과 나중에 올 어려움조차

어둠의 도구로 사용되지않고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난이 행여나 미련한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살아있는 끝날까지 우리를 지켜주기를 기도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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