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33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바람이 부는대로
버티지 않고 넘어가며
눈비가 오는대로
머리에서 발까지 맞으며
누구는 생존만을 위한
줏대없는 연약한 풀이라 했다
더러는 세찬 풍파에
몸통이 찢어지고 부서지고
그래도 땅을 붙잡고 바등거리며
뿌리만 질기다고 그것도 흉을 보고
어느 잔잔한 날
햇살아래 모처럼 평안히 졸기도 해
늘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365일 위에 계신 하늘님
아슬아슬 위태로울때마다 자비를 베풀어
태풍을 그치시고 바람을 재우셨지
상처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는
내 맘의 친구 고마운 분
사진일기33 -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