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9 - '웃음춤'

아픈 가족과 살며 생기는 반짝이는 파편들

by 희망으로 김재식

“아, 지친다. 어서 아무 일도 없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하루살이로 산대며? 하루살이가 뭔 긴 고민을 해!”


참 약 올리는 데는 거의 선수 급이다. 아내라는 사람.


“예전에 여성수도회에서 묵상 모임 할 때 마리아의 성령잉태 부분을 이야기 나눈 적 있었어,

그때 ‘주님 뜻대로 하세요‘ 라던 마리아의 기도가 너무 무겁게 와 닿았어. 어쩐지 뭔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내게 일어날 것 같았어, 그런데 그 일이 내가 지금 이렇게 중증난치병에 걸릴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랬어? 어쩐지... 내가 총각 때 백일 새벽기도 한 거 알지? 그때 ‘마누라 주세요!’ 했었는데... ‘마리아’를 주셨구나. 그러게 ‘알아서주세요‘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내가 피식 웃는다.


“다음에 또 그런 자리에 가면 ‘아, 난 못해요! 안할 겁니다!’라고 해! 졸지에 내가 요셉이 되어서 평생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혹시 내게도 그런 상황이 오면 절대로 ‘저를 도구로 써주세요!’ 라던가, ‘주님 뜻대로 하세요!’ 같은 말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대신,

‘잠깐만요! 음... 아내는 병 안 걸리는 사람으로 주시고요. 한 90까지 튼튼하게 일 잘하고, 잘 벌어서 먹고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바로 하늘로 가게 해주세요!’ 라고 내게 유리하게 말할 거다.


웃음춤 - 다시는 감당도 못할 폼 나는 기도 같은 건 안하겠다고 단단히 작정하며 아내와 낄낄 웃었다. 마주보며 웃음으로 허리를 잡고 추는 아내와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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