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복일까?>
아내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배변씨름을 하다가 설사가 멈추지 않아 낭패를 겪었다.
기어이 의식이 가물해지고 졸도 직전이 되어 급히 기저귀를 채우고 침대로 옮겨 눕혔다.
양치도구며 머리감기려고 준비한 비닐이랑 수건 다 내버려둔채 커튼치고 아내 뒷처리부터 했다.
점점 회복속도는 느려지고 수시로 잦아드는 아내의 침대 시체놀이가 나를 몹시 우울하게 한다.
‘이러다가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새해맞이 하룻밤 외출도 힘들어지겠구나...’
얼마 전 조카의 결혼식에도 참석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대타로 보냈다.
뭐 예전에는 더 심하게 두문불출하고 살았으니 그것도 원망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12월31일 아이들을 불렀다. 방 하나짜리 좁은 곳이지만 함께 보내자고.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내가 견딜 수 있어 송구영신 예배를 갔었다.
작년부터는 그 시간도 길어서 견딜 수 없어 포기했고 올해는 아이들과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일년에 두번이나 세번, 아이들과 하룻밤 자며 보내는게 큰 기쁨이고 추억이던 아내가
그것마저 건강이 따라주지 못해 포기해야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ㅠㅠ
몸살기운에 늘어지고 있던 나도 옆 보조침대에 털썩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정말 무의식 상태로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이 손가락만 탁탁 두드리면서...
어떤 믿음 좋은 사람들은 아마 이럴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고 힘내서 기도도하고 성경도 읽고 찬양해야지 뭐하는 거냐고!
나도 남의 상황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고 했었다. 차마 대놓고 말은 안해도.
그런데... 안된다. 그냥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 생각없이 이 순간을 넘기고 싶다.
그래서 종종 외로운 50대 아저씨들이 해댄다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건지도.
복이 도대체 뭘까?
그저 일년에 두 밤, 세 밤, 자녀들과 밥먹고 이야기 나누며 자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니.
그것도 무슨 특별한 혜택인가?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사람에게만 주는 복인가?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누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누구나 누리는 복은 뭘까? 비싼것도 별난 것도 아닌 일이 어렵다면..
(사진 -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담은 게임이 있다. 우울하거나 보고싶으면 가끔씩 하면서 가족을 대하듯 마음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