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

by 희망으로 김재식

<다시 아침...>

6시.
간호사가 아침 약을 나눠주러 오고 사람들이 일어나 씻으러 들락거린다.
부지런한 끝침대의 아주머니는 여지없이 티비를 켜신다.
정확하게 날마다 6시15분에.
어떤 날은 궁금하다. 석달도 넘게 1분도 안틀리게 그 시간에 켜시는 이유가!

아침.
하루치 새로운 생명을 하늘로 부터 인수인계하는 시간이다.
눈뜨고 무엇인가을 보고 생각하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그러나 똑같은 귀한 생명의 하루지만 아침은 세상에 다름이 시작되기도 한다.
밤이 되어 눈을 감고 잠의 세계로 들어가면 사람은 같아진다.
왕이든 백성이든, 사장이든 직원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아진다.
죽은듯 꿈의 세계로 들어가면 낮의 힘과 권력은 무용지물이다.
악몽을꾸거나 행복한 꿈으로 미소를 짓거나 순전히 복걸복 공평하게 온다.
그러나 아침이면 다시 각자의 처지대로 고단한 현실이 된다.

병실.
가로 세로 2.5미터, 약 2평 남짓이 아내와 내게 허락된 병실 공간이다.
가로 160센티 세로 60센티 보호자용 간이침대는 약 0.3평이다.
사람은 죽어서 단지 반평(0.5평)밖에 못가진다며 욕심을 버리라는데
나는 죽으면 도리어 부자가 될 지경이다. 0.3평에서 0.5평으로!
하지만 난 화장해서 바람에 숲으로 흐르는 강물로 자유롭게 사라지고 싶다.
작지만 보조침대가 내가 생활한 햇수로 12년, 만으로도11년이 넘은 나의 잠자리다.
비록 새우잠 칼잠 쪽잠 3개의 모양을 벗어나지 못해도 밤은 휴식의 시간이다.
뻗으면 다리가 공중에 동동 뜨고, 웅크리고 돌아눕다보면 등짝이랑 허리가 아프다.
이 공간도, 이만한 형편도 주어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주병야병?
먼 병원 진료를 다녀오고 퍼져버린 아내의 몇가지 난감한 몸 상태
결국 어제는 비닐장갑을 끼고 몇번에 걸쳐 변을 빼내야했다.
3일을 침대에서 시체놀이하듯 더웠다 추웠다 하는 동안 행색은 엉망이되고.
귀에서는 고인 피딱지가 간지러워 후빈 손가락에 걸려 나와 청소를 해주었다.
씻기고 먹이고 이불을 걷었다 덮었다, 땀을 물수건으로 닦다보니 나흘이 지나간다.

아내에게는 밤도 편치 않다...

감사라니...
영락없이 시간지켜 켜진 티비에서 무심코 흐르는 말한마디.
“아들도 장가보내고 조카도 결혼시키고... 올해는 무지 행복하고 감사하지요!”
캄캄한 새벽에 출렁이는 뱃전에서 그물을 걷어올리며 정신없는 두 부부.
아무 말없이도 손발이 척척맞는게 신기하다고 카메라맨이 놀란다.
부부로 몇십년을 배위에서 공동작업을 했을테니 왜 안그럴까.
남편이 건네주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또 행복하단다. 활짝 웃으며!

내가 잃어버린 마음이다. 언젠가 분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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