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같은 사람과 짝퉁 신앙인>
간 밤에도 아내의 호출에 4번인지 5번을 깨었다가 다시 잠든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무겁고 찌부듯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켜진 티비 아침 방송에서 이런 대사가 들렸습니다.
“저는 딸이 아니고 공기입니다!”
남쪽 끝 바닷가에서 굴 농사를 짓는 가족의 큰 딸인데 삽질이며 남자들도 힘든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잘하시네요 하며 피디가 묻는 말에 돌아온 답이었습니다. 아래 여동생은 이런거 안하는데 자기는 큰딸이라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같이 일하시는 아버지에게 왜 일을 시키냐고 물으니 큰 웃음으로 떼우십니다.
“없으면 안되지만 있어도 표도 안나는 사람입니다! 공기 같은~”
뒤 이은 큰딸의 말에 오래 가슴이 찡하고 떠나지 않습니다. ‘공기같은 사람’... 없으면 죽고 살 큰 일이지만 정작 있을 때는 표도 안나고 대접도 못받는 사람. 놀랐습니다. 그 중요한 존재임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생색도 내지않으면서도 그럼에도 밝은 표정으로 기꺼이 그 자리를 지키고 사는 어른스러움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공기같이 없으면 큰일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그 무게에 어울리는 인정을 받기 원하고 실재로 생색을 냅니다. 병든 아내를 돌보는 저처럼... 만일 알아주지 않고 마땅한 대접을 못받으면 그 일을 안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없는 듯 무관심에도 기꺼이 계속 감당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남편이 없었으면 저는 벌써 이 세상에 없었을겁니다’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아내가 한 말이고 수시로 문병오는 분들에게도 해주는 아내의 공치사입니다. 저는 뭐 그런 당연한걸, 하면서도 그래서 또 으쓱 보상을 받는 기분으로 좋아합니다. ‘공기같은...’사람과는 먼 소인배입니다. 남도 아닌 아내에게 하는 일도 이러니 남에게 뭐라도 베풀면 얼마나 당연히 인사를 기다릴지요.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성품,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와는 까마득하게 멉니다.
‘공기같은 사람’
짝퉁 신앙인이 되고만 제 가슴에 새겨서 붙이고 살고 싶은 단어가 되었습니다.
(사진은 청각장애에 불편한 다리로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수년째 이른 새벽에 남몰래 마을과 거리를 청소하신 김기현 할아버지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