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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ul 04. 2019

내 모든 방황에도 흔들림이 없는... 당신!


지난 한달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탁한 세상에서 모란꽃같이 아름답게 살아주던 개척교회 사모님 가정에
화마가 몰아쳐 생이별과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아니고 무심하게 먼 분들이 아니라
내게도 가슴아픈 일이 되었습니다.
또 제게는 사랑하는 아내의 몸에 고장이 나서 수술을 하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번 겪은 다반사의 한 순간을 또 견뎌야 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시계속의 톱니처럼 서로 물려 돌아갑니다.
가족과 친구의 기쁨 슬픔은 수레의 두바퀴처럼 동시에 내게 오고
뉴스는 줄을 이어 세상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크고 작은 걱정거리와 가까운 이들과의 갈등도 그침이 없고
종일 물에 젖은 솜처럼 고단한 몸을 끌고 다니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어느 한 달도 만만하거나 기쁘기만 한 적은 없고
하다못해 아무 일 없다고 투정하는 허전한 방황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말합니다.
사는 건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항해라고도 하고
다사다난, 부침의 연속이며 바람 잘날 없다고도 합니다.
온통 방황의 날들 사이로 잠시 정신차리는 반복입니다.

그렇게 아프고 마음 조이고 흔들리는 방황의 삶에도
여전히 해는 뜨고 지고, 아침이 오고 밤이 되니 하루가 갔습니다.
세상은 밤사이 누가 태어나고 또 누가 떠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의 근심이 저 사람에게 가고 반대로 행복도 오갑니다.
아무리 웃고 울어도, 이별과 상실을 품에 안고 넘어지고 일어나도
오직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분은 당신입니다.

그래서 야속합니다.
마치 당신만 무심하고 혼자만 강심장이신 거 같아서 그렇고
‘혼자만 잘사면 뭔 재민교?’라는 책도 있던데
당신은 조석변하는 구름과 비와 햇빛의 한참 위에만 사는
발에 물도 안묻히는 남 같기도 해서 밉습니다.
당신이 핏덩이로 던져 놓은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고전중인데...

밤이 가고 아침이 되니 새 날과 새 달이 또 왔습니다.
천년 만년 늘 그랬던 것처럼 시침 뚝 떼고 하루입니다.
‘어제가 힘들었던가?’ 가벼운 뇌진탕이나 치매처럼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잊고 새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래야지요! 아직도 우리에게는 남은 가족이 있고
아직도 우리에게는 못고친 행실과 함께 나눌 이웃이 있고
아직도 남은 생명의 날들이 있으니!

그래서 고맙습니다.
어떤 고난이 있어도 슬픔이 상처를 안겨와도
무심한듯 천지를 운행하시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시는
야속해보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 있어 다행입니다.
누구는 당신이 작은 신음에도 밤새 잠 못이루는 부모같다는데
당신의 깊은 애정을 몰라서 우리는 내리 사랑만 합니다.
당신의 고통과 애씀은 몰라라 하고 내 자식과 나만 걱정합니다.

그래도 지난 한 달을 같이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같이 시작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고향집 문앞에 서서 기다려주실
당신이 계셔서 늘 천만다행입니다.
안그랬더라면 얼마나 캄캄하고 외롭고 서러웠을지 모릅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위에서 내려오네’
이 노래를 불러봅니다.
평화는 천지가 생긴 이래로 하늘외에서는
온 적이 없었다고 누가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평화는 오직 하늘위에서, 당신에게서만 옵니다.
어떤 달이 오고 우리를 때리거나 속이고 지나가더라도
변함없이 부를 평화의 노래가 오늘도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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