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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ul 07. 2022

화풀이도 참고 견디는 하나의 문이었다


새벽4시, 자정을 지난 두번째 소변을 빼달라는 아내의 부름에

몰려오는 졸음을 밀어내며 옷을 내리는 순간,

아내는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힘을 주다가 방구처럼 변이 밀려나와버렸다.

아… 낭패였다. 잠이 싹 사라지는 긴급한 사태였다.

그래도 차 있는 소변은 빼야하고 볼 일을 마친 후 한바탕 작업을 했다

옷을 다 갈아 입히고 침구를 닦고 시트를 갈고…

버린 속옷을 화장실에서 손으로 비벼 빨다가 문득 병원생활이 기억났다

병원에서 지낼 때도 종종 그랬다.

마음대로 내보내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안 내보내지도 못하는 장의 신경마비…

난 그때 마음이 급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건 무슨 큰 일이 날 종류라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신경쓰여서 그랬다.

자다말고 싸하게 풍기는 변 냄새로 잠을 깨는 그 불쾌한 느낌이 걸렸다

그래서 부랴부랴 물휴지를 최대한 동원해서 닦아내었고

비닐봉지를 두겹 세겹 네겹으로 싸고 또 싸매어 빠르게 담아치웠다.

그리고 변이 묻은 속옷도 지체없이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었다.

아내가 입는 속옷은 새어나오는 소변을 흡수하는 비싼 것이었지만

그 새벽시간에 닦아내거나 물소리를 내며 기본 손세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손세탁을 할 수 있다.

냄새 걱정도 한결 필요없는 내 집의 특권, 너무 비교가 되었다.

그러면서 곰곰 그때 감정과 과정을 돌이켜 기억해보았다.

쫓기는 감정과 달리 그리 오래 걸리는 시간도 아니었고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 기본 손세탁을 하는 것도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불안하고 빨리 치워야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을까?

돌아보며 내림 결론은 나의 분노였다.

그 민망한 상황에 몰리는 내 처지와 정작 아내에게 따질 수도 없는 속상함

그 슬픔과 분노를 내동댕이치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속옷으로 화풀이하는 거…

그때는 그랬다. 무언가 누구에겐가 화를 풀고 싶은데 세상에 누구도

그 화를 받아야할 사람도 그 무엇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 미칠 것 같았다

나는 괴롭고 슬프고 억울한데 누구도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다는

그 황당한 상황이 더 나를 답답하게 했다.

아… 아픈 가족을 돌보는 많은 이들이 이런 벽과 구덩이에 빠지겠지?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이 위로로 느껴지다니…

하지만 지난 일도 그렇고 지금도, 혹은 앞으로 닥칠 이 비슷한 상황에

또 새롭게 화풀이를 무언가 하며 참고 견딜지 모를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너무 스스로를 야단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감수한다

사람이 참고 견딜 수 없을 때는 울기도하고 소리도 지르고

그래도 풀릴지 않을 때는 무언가를 던지거나 버리거나 할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최소한의 손해로 넘길 수 있다면 어쩔것인가?

자기의 잘못도 아닌데 감당하기 벅찬 삶을 만나는 경우에는!

살면서 기도나 경건함만으로는 소화를 못시키는 체증같은 괴로움도 있다

경험해본 사람은 말도 필요없이 공감하는 그런 순간 그런 상황을…

죽기까지 몰리고 기꺼이 받아들인 예수님은 한 백배 쯤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었네?’ 그러며 속을 쓰다듬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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