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예수 17 - 고기잡다 낚인 사내

by 희망으로 김재식


“헛수고만 하고 로마놈들에게 세금만 물었어!”

씩씩거리며 배 한 척과 덥수룩한 사내가 포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잔뜩 골이 나서 거치른 욕설을 내내 하고 있었다. 배 안에 잡았어야할 물고기는 흔적도 없고 실망과 분노의 그늘만 가득 실려 있었다. 보이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게 억수로 무겁게...

“땀 빼며 어망을 걷어 들이는데 망할 세리가 세금을 뜯어갔다구!”

“그 세리 마태에게 가서 말 좀 해! 돈을 뜯어내려면 물에 생선을 넣으라고”

안드레가 예수에게 동생이라며 소개한 그 사내, 베드로는 정말 세리 마태가 미웠다. 죽을 똥 살 똥 바다와 씨름하며 고기를 잡아오면 수고도 안하고 앉아서 날름 세금을 떼어다 로마에 바치는 꼬라지가 미웠다. 더구나 허탕만 치고 빈 배로 돌아오는 배에서도 세금을 받아내는 강탈에 가까운 세금은 진짜 베드로를 분통이 터지게 만들었다. 거대한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하기는 턱없이 초라한 베드로는 그저 세리 마태나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미운 건 자기는 그런 짓 않고 먹고 사는데 편하자고 그 세리 노릇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베드로! 인사해, 이 분이 세례요한이 말하던 분이셔!”

“또 성자유?...”

베드로는 세리와는 다르지만 한편 답답하고 보기 싫은 사람들이 또 있었다. 소위 성자나 랍비라고 거들먹거리면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옷에 고상한 말만 하고 다니면서 대접받기를 좋아하고, 정작 허리 팍팍 끊어지는 삶터로 돌아와서 보면 아무런 힘도 되지 않고 허깨비 놀음 같은 그런 말만 남았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차라리 얼굴보고 욕도 하고 씩씩대며 돈을 집어던지며 화풀이도 할 수 있는 세리가 더 이웃 같기도 했다. 적어도 날마다 웃고 울고 부대끼며 사는 상대는 되기에.


“당신도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할거유?”

말 던지고 보니 더 부아가 났다. 더구나 주위에서 그런 부류들에게 밥 사주고 돈 가져다주고, 일도 팽개치고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속 터졌던 기억이 났다. 뭔가 속는 것 같고 옳고 그름도 분별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흐리게 하는 것 같았다. 당하는 사람들은 중독되어가고, 그렇게 하는 그들은 자립생활도 못하면서 사람에 붙어서 뜯어먹고 사는 거머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날이 지금은 왜 안 오지요? 내 새끼들은 굶주리는데 좋은 말이나 떠들고... 이 난국을 해결해준다면 무슨 말이든 들어주리다!”

베드로는 예수를 향해 반가운 첫 만남의 인사나 웃는 얼굴대신 쏘아붙이고 있었다.

“다시 나가자!”

“엥? 망은 거둬들였소, 당신이 나보다 물을 잘 알아요?

참 가소롭다는 듯 베드로는 예수에게 다가가 무지막지한 반감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예수는 끄떡도 안하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베드로의 거친 말과 표정이 무섭거나 난폭하다기보다는 측은하지만 오랜 길을 걷다가 지쳐서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이만 느껴졌다. ‘뭘 보는거요?’ 보기는 자기가 보고서도 빙그레 웃기만 하는 예수에게 묘한 민망함을 느낀 베드로는 도리어 예수에게 뭘 보느냐고 물었다.


“그럼 내 앞에서 한 번 고기를 잡아보시오. 밧줄을 풀어! 다시 나간다!”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로 배는 다시 나갔다. 뭔가 신나고 설레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그 배에는 새 힘이 생긴 베드로와 뱃머리에 앉아 미소 짓는 예수가 함께 있었다. 그 뒤에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았다거나 기적이라고 놀랐다거나 그딴 거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메마르고 생기 없이 어부로만 살던 베드로에게 무언가 새 삶이 시작될 것 같은 만남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소위 고기를 잡는 어부였는데 도리어 낚인 것이다.

인생을 통째로 바친 고기가 되었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람을 잡으러 가는 어부로 바뀌게 된다는...

(우리에게도 수시로 낚일 기회가 오는데 우리는 늘 뿌리친다. 돈 건강 성공 명성, 그런 미끼로 몸을 돌려가느라, 어디에 낚이는 게 진짜 대박일까? 그게 잘 안되는 어리석음. 베드로가 부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나사렛예수 16 - 그가 기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