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Intro />
요즘 우리는 '개발자'보다는 '프로그래머'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전산과' 대신 '컴퓨터공학과'가 더 친근하게 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전산과', '전산실', 그리고 '전산쟁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이던 때가 있었다.
나 역시 1994년에 전산실에 틀어박혀 윈도우 3.1을 쓰던 시절이 있다.
이 얘기를 꺼내면 아마 "박물관에 가셔야죠"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 더 깊이 말하진 않겠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지금처럼 범용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컴퓨터를 수학적 개념과 엮어 '전산'이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최초의 개발자는 누구였을까? 빌 게이츠? 스티브 워즈니악?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최초의 개발자는 1817년에 태어난 에이다 러브레이스라는 영국의 수학자다. 그녀는 찰스 배비지가 만든 *해석 기관을 위해 작성한 알고리즘으로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최초가 누구냐는 논의가 다소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도 새로운 기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니까 말이다.
개발자라는 말은 아주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부터 로봇 제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까지, 범위는 넓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개발자는 인터넷에 연결된 각종 디바이스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 그러니까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을 뜻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낮고 널리 알려진 분야가 바로 '웹 개발자'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비전공자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다 보니, 한때는 웹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의 역할이 서로 엉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단순히 '홈페이지 제작'을 넘어서 복잡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웹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다른 직군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있다.
오늘 배운 기술이 내일이면 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끊임없이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개발자다.
그렇다면, 의대생처럼 두꺼운 책을 외우듯 공부하면 될까? 아니다.
개발자는 창조자다.
개발자는 누군가의 요구에 맞추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물론 최신 기술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창조'에 있다.
어떤 사람은 3일 밤낮을 새며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몇 분 만에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차이가 과연 지식 때문일까? 물론 지식의 차이일 수도 있고, 적성이나 천재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차이가 '창조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창조성이 부족하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창조란 무에서 모든 걸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잘 만들어진 것을 조합하는 것도 창조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바퀴부터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잘 만들어진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멋진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만들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근질거린다면, 이미 개발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 어느 순간,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코딩을 즐기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해석 기관은 찰스 배비지가 설계한 최초의 기계식 컴퓨터로, 입력, 출력, 제어, 저장까지 모두 가능한 장치였다. 이 기계는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만들어낸 중요한 발명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