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한 비주얼이 광고 업계를 강타했다. 당장 메타 광고 라이브러리만 살펴보아도 미니멀한 디자인의 광고 소재가 즐비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니멀한 콘텐츠의 증가 근저에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구점을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려다 보니 메시지 전달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최소한의 이미지와 포인트 컬러, 타이포그래피만을 활용한 디자인 콘텐츠의 광고 효율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을 뿐이다. 문제는 다수의 업체가 메시지의 전달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니멀한 콘텐츠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는 어려워졌고 광고주의 요구사항은 늘었다는 것이다.
심플하지만 눈에 띄었으면 좋겠어요
심플하지만 눈에 띄게 해 달라는 말은 즉슨 메시지의 전달력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콘텐츠 자체의 파급력은 강화하고 싶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아달라는 것과 같다. 물론, 광고주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이러한 요청은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수렁에 빠지게 한다. 이미지를 교체해 달라는 의미인지, 색상을 변경해 달라는 의미인지 타이포그래피를 바꾸어 달라는 의미인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제대로 된 답변을 주는 광고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포인트를 준다고 줬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순한 콘텐츠를 원했던 광고주가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을 하는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소재 제작에 활용한 이미지가 눈에 차지 않거나 원하는 포인트 컬러가 따로 있어서 혹은 타이포그래피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요소에 불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정, 어떻게 해야 할까?
광고주가 과거 다른 업체에게 콘텐츠 제작을 의뢰했던 상황이라면 해당 업체와의 협업으로 어떤 결과물이 탄생했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 업체의 창작물을 카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우선 광고주의 취향을 파악하자는 이야기다.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업체들은 광고주의 취향을 파악해 전체 콘텐츠의 톤 앤 매너를 맞추는 습성이 있는데 이 점을 고려해 과거 비주얼들을 살펴보면 광고주가 원하는 이미지의 톤 앤 매너나 포인트 컬러, 타이포그래피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일관성을 차용해 콘텐츠를 개선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다. 타 업체의 작업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왜 이렇게 디자인을 했지’라는 의문을 생길지라도 명심하자. 그들의 작업물도 광고주의 최종 컨펌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콘텐츠 제작을 의뢰한 경험이 없는 광고주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레퍼런스를 제공해야 한다. 초안을 조금씩 건드려 광고주가 원하는 작업물을 얻으려 하면 작업 과정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수 있다.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성이 감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작업 시작 단계에서부터 레퍼런스를 전달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불가피하게 자료가 공유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수정 단계에서라도 의견을 물어야 한다.
주어진 틀 안에서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미니멀‘이라는 틀 안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하고 싶다면 이미지의 명도와 핵심 카피의 배치 및 크기, 포인트 컬러에서 타 비주얼과는 차이를 두어야 한다. 단일 이미지 내에서도 구획을 나눠 명도를 달리하면 주목도가 향상되고 핵심 카피의 타이포그래피를 조금만 비틀어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핵심 카피 대신 하이라이트나 아이콘에 포인트 컬러를 적용하는 방법도 콘텐츠를 차별화하기 좋은 전략이다.
미니멀리즘이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판을 치는 광고 업계,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하면서 콘텐츠의 파급력까지 강화하고 싶다면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 정해진 룰 안에서 영리한 변화구를 던지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