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에 행복하려 하지 말자.
얼마전, 드라마를 보다 참치회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참치회 먹어본지가 언제냐.. 라고 생각하다보니 참치회가 먹고 싶어졌다.
근무중인 집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 저녁에 참치회 먹을까?"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
" 자기가 이쪽으로 올래? 광애 언니가 참치회 사준다고 해요. "
집사람 회사 동료분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어울려 본 적이 몇번 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이 낯설지 않다.
집사람이 말한 광애 언니와도 부부 모임을 가진적이 있었고
그 남편분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차분한 목소리와 훈훈한 외모의 박신한 교수님 스타일의 형님이었는데
대화를 나누어보면 박식함에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분이었다.
" 그래 오랜만에 선배님하고 얘기도 나눠보고 싶네. 일 마치는데로 그 쪽으로 넘어갈게. "
선뜻 제안을 수락하였다.
일전의 좋았던 기억때문에 만남이 은근히 기대되었다.
업무를 마치고 차를 몰아 집사람이 근무하는 회사 근처로 가 집사람을 픽업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아무래도 우리가 일찍 도착한듯하다.
우리는 식당 앞에서 주문할 메뉴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광애 언니 부부를 기다렸다.
몇 분 후 광애 언니 부부가 도착했고 서로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 선배님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습니까?"
" 네 동생도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보니 살이 좀 빠졌네요."
인사를 마치고 식당에 앉아 회를 주문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 이제 두번째 뵙는거니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형님도 말씀 편히 하시죠."
" 그래, 그럼 우리 이제 편하게 지내봐요."
술 몇잔을 기울이고 서로의 어색함을 날려버렸다.
사실 두번째 만남임에도 여러번 만난 사이인 것처럼 어색함이 적었다.
그나마 있던 약간의 어색함 마저도 몇잔 술에 담아 털어 넘겨버렸다.
취중에 이런저런 각자의 생활과 아내들의 회사 생활이야기를 나누었다.
분위기는 점점 더 편안해지고 술도 각자 한병씩은 비워 취기가 많이 올랐을때 평소에 하지 않던 심오한 이야기도 꺼냈다.
아마 취기가 오른 탓도 있었을테지만
누군가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얘기를 던져본것이 아닐까 싶다.
" 형님, 회사일이 힘들다 보니 아내와 있을때도 회사 생각에 행복하지 않을때가 있어요."
" 음.. 이해하지. 나도 회사일을 집까지 가져와서 할때 그런 고민 많이 했었어."
" 네, 그래서 가끔 다투게 되고 그로 인해 회사일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그런것 같아요. "
형님은 지그시 웃으시다 소주를 한잔 드시고는 말씀하셨다.
" 동생, 모든것에서 행복하려고 하지마."
그 말씀에 나 역시 소주를 한잔 들이켜고는 형님을 바라보았다.
"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행복하려고 애쓰는게 욕심인거야. 회사에서 힘들었어도 집에서는 행복 할 수 있게 털어버리고 와야지.. 반대로 집에서 안좋은일이 있었어도 회사에선 새로운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지.
모든곳, 모든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니까 욕심이 되고 행복하지 않은것 아니겠어?"
다시 형님과 소주잔을 부딪히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욕심인가?
내려놓아야 할까?
소소한 행복
어쩌면 나는 행복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것이 아닐까 생각할때가 있다.
특히 일에 있어 그런 강박은 강해진다.
'개미처럼 일해서 정승처럼 쓰자' 라고 우스갯소리를 할때가 많았다.
나도 모르는새에 일을 즐기지 못하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일을 즐기기 보다는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강박은 회사 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만들었고 그 감정이 그대로 집에와서도 이어졌다.
불편한 감정을 잠들때까지 고민하다 다음날 출근을 한다.
그리곤 다시 회사에서 그 감정에 더 큰 짐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한없이 커져 버린 '불행'한 감정들이 나의 삶을 점차 불행하게 바꾸어 가고 있었다.
형님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다음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 후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하나 하나 행복한 순간을 즐겨보자.
일희일비 중에 '일희' 만 해보자.
좋을때 좋은 순간을 즐겨보자.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 않아도 작은 행복 하나 하나를 즐겨보자.
이런 다짐을 하고 한주를 시작해보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달라지고 있었다.
회사에서 다시 웃기 시작했다.
동료의 작은 농담 하나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집에서 웃으며 TV 를 보고 있는 집사람의 사소한 모습도 날 웃게 만든다.
그저 마음가짐이었다.
행복할 준비를 하니 바로 옆에 놓여져 있던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 이렇게 사소한 것이었다니' 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웃어본다.
소소한 행복을 즐기다 보니 거짓말처럼 고민들도 가벼워진다.
회사에서 고민했던.
심각하게 고민하던 일들이 다 사소한 고민으로 바뀌어간다.
지금까지 그렇게 소소한 행복들을 즐겨보며 지내고 있다.
요즘 괜찮은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런 나의 감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서 가슴에 새겨본다.
지금 작은 행복을 즐기자.
모든일에 행복하려 하지말자.
행복한일도 행복하지 않은일도 있는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