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골살이

시골살이 ep12. 순창 연가

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형 시

by 김재석

제12화 순창 연가


지난 12월 7일 순창 베르자르당 카페에선 ‘청춘마이크’ 공연이 있었다. 인구 3만이 되지 않는 순창이지만 공연장소인 베르자르당 카페는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카페이다.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올린 인스타, 블로거, 페이스북에는 초신상 카페, 이국적 느낌, 어마어마해요, 하는 찬사글이 도배를 한다. 나도 개장 초기인 올 8월에 방문했을 때, 대형 유리온실에 자리한 카페를 보면서 이국적인 정서에 흠뻑 졌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곳을 운영하는 조 대표와는 서로 아는 사이라 문화공연이 있을 때마다 종종 초대받는다.

순창연가(청춘마이크).jpg

‘청춘마이크’는 만 34세 미만의 청년 아티스트에게 버스킹 무대를 제공한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주최하는 지역문화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보통 문화소외지역인 군 단위를 순회하며 문화공연을 펼친다.

전북의 고니밴드, 전남의 반도네온 김국주 밴드와 프로젝트 앙상블 련, 광주의 창작국악그룹 노라 등 호남권에서 뽑힌 4개 팀이 “순창 연가”란 타이틀을 걸고, 청춘마이크 마지막 무대를 순창에서 장식하기 위해 베르자르당 카페를 찾았다.

4팀이 펼치는 젊음이 넘쳐나는 풋풋한 무대를 공감하며, 때론 박수치고 추임새를 넣으며 호흡하듯 감상했다. 그러다 문득 영화 ‘비긴 어게인’이 떠올랐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룬5의 에덤 리바인이 주연한 뮤직영화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사랑과 꿈에 관한 청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쯤에 에덤 리바인이 수많은 청춘들 앞에서 ‘LOST STARS’란 노래를 부른다. 가사 중에는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 말은 조지 버나드쇼의 말로 ‘하느님, 왜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엔 낭비인가요?’하는 말이다.


내가 보낸 20대 대학시절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했었다. 1980년대였다. 나는 민중노래를 더 많이 불렀고, 민주화는 내 또래의 학생들에겐 열망이었다. 그 당시 어른들은 “대학 보냈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 데모한다.” 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였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청춘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순창연가(청춘마이크)2.jpg 고니밴드의 청춘마이크



베르자르당 카페에는 청춘의 열기가 뜨겁다. 눈앞에 있는 청춘마이크를 든 이들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예술은 고달프다고…, 길거리 공연한다고 고생 많다고….’

고리타분한 노인네 말을 집어치우고, ‘청춘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자!’고 응원해주고 싶다. 조지 버나드쇼는 청춘을 청춘에게 주기엔 낭비라고 했지만, 그럼 청춘에게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줄 것인가?

청춘이 청춘의 시간을 낭비한다고?

청춘의 시간은 방황과 실패와 허튼수작과 도전과 꿈으로 버무려져 있지 않은가?

물론 나는 이들이 전문예술인의 길을 걸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지역문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주길 더욱 간절히 바란다.

요즘, 시골은 젊은이라고 해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부는 뒤늦게 청년귀농 정책을 펴면서, 농촌에서 창업하려는 만39세 이하 청년들에게 금전적으로 많은 혜택을 제시한다. 일부에서는 기반도 없는 청년들이 힘든 농촌에 왜 오겠냐며 지역의 토호세력이나 부농의 자녀들 보태주기 식이란 말들을 한다. 생짜 청년들이 농촌을 찾아와서 터 잡고 살기란 어른들 말 그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터 잡는 노력을 도시에서 한다며 오히려 농촌보다 쉬울지 모른다. 그렇다고 정부의 청년귀농정책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누굴 도와주든 농촌에는 청년이 있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춘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청춘의 마음은 나이로 한정할 수 없다. 나는 50대이지만 청춘의 마음만큼은 버릴 수 없다. 노인네처럼 고리타분한 말이나 하며 농촌의 소멸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 청춘의 마음을 가진 자들은 지원과 혜택이 없다고 해도, 나이가 만 39세를 넘겼다 해도 스스로를 불태우며 갈 수 있다. 농촌은 나이로 제한할 수 없는 청춘의 마음을 가진 자들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나도 청춘마이크를 들고 이 젊은이들처럼 노래하고 싶다.

‘마음은 청춘이고, 이 청춘의 마음 그대로 영원하자’고 소리 질러 부르고 싶다.




순창 연가


by 김재석


청춘마이크를 내게 주어요

나를 청년이라 부르는 이는 없지만

순창 연가를 부르게 해 주어요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청춘의 마음 그대로

노래할 수 있게


물설고 낯설은 이곳에

청춘의 마음 하나 들고 왔다오

봄여름가을겨울 지나며

강천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고

맑디 맑은 섬진강 윗물이 논밭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순창’

청춘의 마음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이곳에서 노래할 수 있게


청춘마이크를 넘겨주오

청춘마이크를 넘겨주오


청춘은 청춘의 마음을 가진 이에게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주나요

한집 한집 시골의 불빛이 꺼지듯 청춘마이크를 꺼버린 이에게

나이 들어 뭐하냐며 청춘의 마음이 식어버린 이에게

나의 노래가 울림이 되게


청춘마이크를 넘겨주오

청춘마이크를 넘겨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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