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고요함, 멋과 소박함, 그리고 나의 영혼과의 소통의 장소
'브런치(brunch)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자' 라고 생각했던 것은 16년이 시작되는 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러나 3월의 첫주가 지나고 두번째 주가 되어서야 비로서 시작할 마음을 먹었다.
그 시작의 첫 이야기는, '통영'에서 부터 시작된다.
2월 말,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통영이 가고 싶어졌다. 볼 만한 장소가 어디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냥 통영이 가고 싶어졌다.
떠나기 전날만 해도 난 여전히 직장에 있었고, 여전히 노트북에 수없이 많은 엑셀질을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통영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그리고 같이 갈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언제나 꺼놓는 '토요일 알람'을 새로 맞춰 일어나니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시작했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4시간의 버스 타임을 가지고 통영에 도착해서 내가 느낀 첫 느낌은, '그냥 도시구나' 였다.
숙소도 정해져있지 않았고, 뭘 해야할지도 몰랐다. 항상 계획적이고 구체적이었던 내가 이런 일을 했다라는게 아직도 믿겨지진 않는다.
어쨋든, 우리는 시외터미널 옆에 있는 맥도날드에 우선 들었갔다. 지도를 보면서 숙소를 아무데나 잡았고, 그리고 뭘 할지도 어느정도 생각했다. 그렇게 정하는게 고작 30분이 다였다.
통영에서의 할 것들은 간단하게 정리하면, 보고, 먹고, 쉬기였다.
#동피랑 , '그러나'
벽화가 유명하다길래 찾아갔다. 벽화의 아름다움보다는 벽화를 보러온 연인들의 행복한 모습들이 더 아름다웠다.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나의 상황이 더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은 유명한 장소에 대하여 생각보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온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 기대를 채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벽화를 보며 내려오던 길에 '그림가게, 그러나'가 있었다.
내가 느낀 동피랑의 느낌, 그리고 수많은 나같은 사람들이 느낄 '동피랑'에 대한 생각을 이 가게가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비진도, '진짜.섬이.아닌곳'
통영에 왔으니, 어떤 섬이라도 들어가봐야 겠구나 생각을 했다. 비진도, 매물도, 한산도, 소매물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섬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너무나 많기에 어디를 가야할지를 또 몰랐다.
항상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하나, 그 기준이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이기에 그렇게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나의 기준은 '시간'이었다. 길게 배를 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서웠다.
그래서 선택한 비진도,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찾아보기도 귀찮다.
그러나 내가 가서 느낌 비진도는, '진짜.섬이.아닌곳', 다시 말해 섬이 아닌 나의 내면의 한 곳 같았다.
통영에 머무면서, 그리고 16년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여유있게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보았고, 오롯이 나를 위한 생각을 해보면, 순순한 땀방울도 흘렸었다.
내가 정말 순수하 나를 만날수 있는곳, 너무나 고요해서 내 숨소리조차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렸던 곳, 바로 비진도다.
비단, 비진도 때문에 내가 '통영'을'나의 영혼과 소통하는 곳' 이라고 정의내린 것은 아니다.
내가 다녀온 통영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나 스스로 정의내린 이름일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자주 이런 짓(?)을 해보려고 한다.
'a 장소 '를 'the 장소'로 바꾸는 것, 그것은 내 스스로 그것을 새롭게 기억해주는 방법밖에 없으며,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이름 불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첫번째 브런치'는 마무리를 짓는다.
이제부터는 THE BRUNCH가 되겠군요.